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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양손 잃은 동갑내기에 '3D 프린팅 의수' 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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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양손 잃은 동갑내기에 '3D 프린팅 의수' 기부하다

입력
2015.02.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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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 작업 중 절단… 돈 없어 포기"

인터넷 오른 사연 읽은 이상호 대표

해외 영상 찾아내 제작… 새 삶 선물

3D 프린팅 업체 '만드로' 이상호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의수를 착용해보고 있다. 만드로 제공
3D 프린팅 업체 '만드로' 이상호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의수를 착용해보고 있다. 만드로 제공

‘작년에 사고로 양손 손목이 절단됐습니다. 프레스에 압착된 부분이 괴사돼 살릴 수 없었었습니다. 전자의수는 한 쪽에 4,000만원. 비싸지만 제 나이가 얼마 되지 않아 포기가 안 됩니다.’ 지난달 8일 3D 프린팅 전문가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하는 한 남성(33)의 사연이 올라왔다.

안타까운 사연에 위로와 격려의 댓글이 쏟아졌으나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3D 프린터로 총도 만든다는 세상이지만 국내 기술로 의수를 만드는데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3D 프린팅 업체 ‘만드로’의 이상호(33) 대표는 동갑내기의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열쇠고리나 휴대폰 케이스 등을 만들던 기술로 의수를 만들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하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다. 이 대표는 사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남성에게 받은 절단된 손목 사진, 손목의 두께 등으로 형태는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움직임이었다. 손가락도 없고, 생각만으로 의수를 동작시킬 수도 없었다. 이 대표는 인터넷을 이 잡듯 뒤지다 해외의 의수 제작 영상을 보고 무릎을 쳤다. 어깨의 움직임을 손 악력으로 전달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 대표는 어깨 관절에 가속도 센서를 달아 어깨가 일정 속도 이상으로 움직이면 의수의 손가락이 오므려지고 다시 한 번 흔들면 펴지도록 했다. 일주일간 전자회로 설계, 악력 조절 등 공정별로 수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난달 24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국내 첫 의수가 완성됐다.

양손 제작비 15만원 정도가 든 의수가 수천만원짜리 전자의수처럼 정교할 순 없어도 종이컵을 잡거나 사람의 손을 잡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합성수지로 만들어 무게도 한쪽에 1.5㎏정도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 대표가 만든 의수를 건네 받은 남성은 “손을 쥐었다 폈다밖에 못해 불편하지만 내게는 새 삶을 살아갈 의지를 준 선물”이라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한 장애 학생에게 의수를 만들어 기증했다. 그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의수가 종이컵을 잡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면서 “국내 3D 프린팅 기술의 가능성을 본 만큼 이 분야를 더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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