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작업 중 절단… 돈 없어 포기"
인터넷 오른 사연 읽은 이상호 대표
해외 영상 찾아내 제작… 새 삶 선물
‘작년에 사고로 양손 손목이 절단됐습니다. 프레스에 압착된 부분이 괴사돼 살릴 수 없었었습니다. 전자의수는 한 쪽에 4,000만원. 비싸지만 제 나이가 얼마 되지 않아 포기가 안 됩니다.’ 지난달 8일 3D 프린팅 전문가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도움을 청하는 한 남성(33)의 사연이 올라왔다.
안타까운 사연에 위로와 격려의 댓글이 쏟아졌으나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3D 프린터로 총도 만든다는 세상이지만 국내 기술로 의수를 만드는데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3D 프린팅 업체 ‘만드로’의 이상호(33) 대표는 동갑내기의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열쇠고리나 휴대폰 케이스 등을 만들던 기술로 의수를 만들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지만 하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컸다. 이 대표는 사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겼다.
남성에게 받은 절단된 손목 사진, 손목의 두께 등으로 형태는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움직임이었다. 손가락도 없고, 생각만으로 의수를 동작시킬 수도 없었다. 이 대표는 인터넷을 이 잡듯 뒤지다 해외의 의수 제작 영상을 보고 무릎을 쳤다. 어깨의 움직임을 손 악력으로 전달하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 대표는 어깨 관절에 가속도 센서를 달아 어깨가 일정 속도 이상으로 움직이면 의수의 손가락이 오므려지고 다시 한 번 흔들면 펴지도록 했다. 일주일간 전자회로 설계, 악력 조절 등 공정별로 수 차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난달 24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국내 첫 의수가 완성됐다.
양손 제작비 15만원 정도가 든 의수가 수천만원짜리 전자의수처럼 정교할 순 없어도 종이컵을 잡거나 사람의 손을 잡는 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합성수지로 만들어 무게도 한쪽에 1.5㎏정도로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 대표가 만든 의수를 건네 받은 남성은 “손을 쥐었다 폈다밖에 못해 불편하지만 내게는 새 삶을 살아갈 의지를 준 선물”이라며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에도 도움을 요청하는 한 장애 학생에게 의수를 만들어 기증했다. 그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의수가 종이컵을 잡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면서 “국내 3D 프린팅 기술의 가능성을 본 만큼 이 분야를 더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