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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땅콩회항이 항로변경은 아니다

입력
2015.0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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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전국민의 관심의 대상인 동시에 해당기업 또한 국제적인 망신살이 번지고 있다. 외국체재시, 숙소에서 본 “ Nuts on the Plane”이라는 제목의 BBC 월드 서울특파원의 보도는 한국에서의 한국재벌의 부정적 시각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여론재판의 성격이 강한 이번 사건을 사법부가 현재의 국민적 흥분과 분노의 여론의 와중에서 몰이식 결정을 하게 된다면 이 사건은 자칫 마녀사냥으로 흐를 개연성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그것은 사건을 합리적이고 법률적 판단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아닌, 한진그룹 오너들의 인간적 심성에 대한 그 동안의 여러 구설수를 이번 기회에 단죄하는 차원이 될 것이며 그것은 법치를 주창하는 나라에서 그렇게 돼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만일 이 같은 기업의 이미지와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된다면, 해당 기업의 주주들이 자사의 대주주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그런 행위들이 자사의 이윤추구에 반한다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비롯 그것이 한국적 상황에서의 가능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현재 이번 사건의 주된 혐의중의 하나는 항로변경과 관련된 문제다. 이는 테러범들이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장을 위협 또는 협박해서 기존의 항로를 이탈시키거나 변경시킨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 경우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의 안전과 보안의 차원에서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여기에서 항로변경의 전제가 되는 운항중인 상황에 대한 정의가 대두되는데, 이는 육상에서 보딩브리지를 빠져 나와 문을 닫고 항공기를 운전할 때를 기점으로 하는 국토부의 해석보다는, 항공기의 이륙 후 운항과 착륙 후 엔진을 정지시키는 비행상황이 더 항로변경의 전제가 된다고 보여진다. 즉, 항공기가 날고 있는 상황에 항로를 변경내지는 이탈시키는 상황이 더 합리적인 해석이란 것이다.

항공산업의 역사는 해운에 비해 짧아 해상운송에 사용되는 용어나 개념이 주로 항공에 적용됐다. 수로, 항로안내(pilotage), 항해, 운항(navigation) 등이다. 선박의 경우 항만의 내항을 빠져 나와 외항으로 접어들 때(항공의 경우 이륙으로 볼 때) 선박의 항로변경은 선장의 판단과 지시에 의해, 즉 폭풍이나 불가항력에 의해 타 항만으로 피신하는 경우라 하겠다. 항로변경 (deviation)이다. 내항을 나오지도 않았는데(이륙도 않았는데) 항로를 이탈했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다. 이것은 원천적으로 항로 변경이 발생될 수 없는 상황이다. 설령, 국토부 해석처럼 육상에서 운항 중이라 해도 조현아 전 부사장이 항공기의 기장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협박해서 항로를 변경시키지 않았다면,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항로변경죄는 성립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해석이나 판단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항로변경의 문제는 전제가 되는 이륙한 다음 그리고 항공기가 운항 중인 상태가 아니었음으로 해서 발생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는 조 전 부사장의 항공기 정지여부에 대한 행동여부와는 무관한 것으로 요약된다. 선박의 경우도 출항이라고 할 때는 내항을 빠져 나와 외항으로의 진입시를 운항이라고 볼 수 있듯이 말이다.

그 외 승무원을 모욕하고 폭행한 문제, 그리고 법적 위반 사항은 사실관계에 의해 처리할 문제다. 시대적 분위기와 집단적 여론형성의 결과물을 갖고 사건을 단죄하는 것은 법치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성을 판단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인간의 상식이다. 집단적 후진성의 결과처럼 여론재판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기업경영에서는 한국의 상속경영이 실패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더불어 강조되는 것은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좀더 진지하고 건전한 활동이 요구된다. 경영의 일선에 서는 가족경영의 구성원들은 좀더 다듬어지고 준비된 경영인이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김진환 한국방송통신대 강원지역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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