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마트서 분신한 김씨 남편 주장
“사기가 밝혀지고 방화범 누명이라도 벗었으면 좋겠습니다.”
3일 오후 경기 양주시 회정동 소망장례식장 3호실. 목숨 줄과도 같은 마지막 재산을 마트 운영권 인수자금으로 털어 넣었다가 허망하게 아내까지 잃고 만 이모(53)씨가 초췌한 모습으로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상복도 갖춰 입지 못한 상태였다. 이씨의 아내 김모(50)씨는 지난 1일 양주시 만송동 농민마트에서 마트 사장 A씨와 언쟁을 벌인 뒤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사망했다.
상주로 이름을 올린 늦둥이 외동딸(9)은 빈소에 보이지 않았다. 이씨는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나으면 데리러 오겠다고 일러두고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 맡겼다”며 “딸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둘째 언니(58)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이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치가 워낙 빠르고 영특해 지금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분신을 작정했다면 애지중지하던 딸을 그 마트에 데리고 갔다 지인에게 잠시 돌봐달라 했겠느냐”고 말했다. 고인의 큰언니(61) 역시 동생 생각에 땅을 쳤다. 그는 “성격이 순하고 착했는데 얼마나 수모를 당했으면 불까지 냈을까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고 눈물을 쏟았다.
이씨는 A씨와 6억5,000만원에 마트 운영권을 넘겨받기로 한 계약서 3장을 내보이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A씨가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계약금 5,0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이미 수수료 등으로 썼다는 등 우리 부부를 농락했다”며 “경찰이 모든 것을 낱낱이 밝혀 더는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마른침을 삼켰다. 이씨는 마트를 운영할 꿈에 부풀어 마트 인근에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70만원짜리 아파트도 얻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 계약금 200만원도 날렸다.
빈소에는 “A씨의 사기행각을 전에도 본 적이 있다”는 남편의 동료 2명도 찾아 조문했다. 심모(48)씨는 “3년여 전 A씨가 용인 죽전의 마트 사장에게 1억원을 빌려준 뒤 갚을 날짜가 하루 지났다고 폭력배 2명과 찾아가 2억원을 뜯어내려던 일도 있었다”고 분해했다.
이씨 측은 애초 4일 발인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기로 하고 무기한 연기했다. 한국일보는 A씨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받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숨진 김씨의 사인은 화재사라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의 남편과 A씨, 계약서 작성 당시 함께 있었다는 지인 등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기로 했다.
글?사진=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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