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못 돌리면 내년 총선 어려워" 숨 죽였던 양상 탈피 목청 커질 듯
개헌·인사 문제 등 뚜렷한 입장 차, 靑과 당분간 힘겨루기 가능성

각종 정책ㆍ정치현안을 두고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이견이 도드라지고 있다. 지금껏 숨죽여온 새누리당이 ‘민심’을 명분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당청관계의 무게 추도 새누리당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복지ㆍ증세ㆍ개헌 등 사사건건 충돌 가능성
일차적인 관심사는 조세ㆍ복지정책이다. 새누리당 ‘투 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약속이나 한 듯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 정책 기조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세ㆍ복지 정책은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파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논란 등 잇따른 정책 혼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야당이 강력 요구하는 법인세 인상을 비롯한 증세 문제도 연관돼 있는 사안이다.
새누리당은 민심을 되돌리지 못하면 내년 총선이 어려워진다는 절박함 때문에 이들 현안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정도의 해법을 제시한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난 2년간 당정청 협의가 2차례 뿐이었다”(김 대표)고 공박하며 “당이 참여하는 당정청 협의체가 필요하다”(유 원내대표)고 정면으로 되받았다. 유 원내대표는 당내에 복지ㆍ조세정책을 총괄적으로 검토할 특별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관심사는 개헌 논의의 물꼬가 트일지 여부다. 김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개헌론자다. 유 원내대표도 개헌 논의 자체를 인위적으로 막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분명하다. 개헌 논의를 ‘경제 블랙홀’에 비유하며 반대해온 박 대통령의 입장과 뚜렷이 갈린다. 야당의 요구가 큰 가운데 여당 지도부가 자락을 깔게 되면 순식간에 정치권 전체의 논의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헌 논의는 당청간 힘겨루기의 한 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매번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사 문제를 두고도 당청간 불협화음이 불거질 수 있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모두 박 대통령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비서관 3인방’의 자리를 보존시킨 것에 대해 비판적이다. 유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과감한 인적쇄신을 주문했다. 두 사람은 정무특보단 명단 발표 전에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생각도 분명하다.
하지만 인사 문제에 관한 한 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는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이를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할 경우 인사 문제의 인화성을 감안할 때 여권 내 분란은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훨씬 광범위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
당청관계, 청와대 일방우위로 가지는 않을 듯
국정운영의 한 축인 집권여당의 지도부가 비주류로 채워지면서 지금껏 청와대 일방우위 구도였던 당청관계는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 내부에 청와대 주도의 당청관계가 민심 이반을 가속화시켰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큰 상황이라 박 대통령의 구심력이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 원내대표가 박심(朴心)을 등에 업고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이주영 의원에게 낙승을 거둔 건 당청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예고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정책ㆍ정치현안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새누리당은 자신의 의견을 ‘민심’으로 포장할 것이기 때문에 명분 측면에서 청와대나 정부보다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고소득층 보험료 인상과 저소득층 보험료 인하를 골간으로 한 정부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방침 백지화와 관련, 새누리당이 “정부의 일방적 연기로 국민 신뢰를 잃었다”(김 대표)며 “백지화는 잘못이며 당장 논의를 시작하겠다”(유 원내대표)고 하자마자 보건복지부가 재추진 입장으로 전격 선회한 게 단적인 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원만한 정책 추진을 강조하면서도 유 원내대표의 당선에 대한 축하나 당정청 사이의 협조 당부와 같은 의례적인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심중이 간접적으로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적지 않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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