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 날개가 실하다. 관성으로 작동한다. 지금껏 편히 날았다. 무위는 무능 증거가 아녔다. 환멸은 벼락같다. 적의 키우는 건 배신감이다. 고공에서 떨어지면 더 아프다. 비행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조촐한 생일상을 받았다. (…) 박 대통령은 당초 아무런 생일행사 없이 지나가려고 했는데 참모들이 점심이라도 하자고 건의해 그나마 이뤄졌다고 한다. 심기가 얼마나 불편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박 대통령도 2015년 첫 달이 이토록 엉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게다. (…) 한 달 만에 지지율이 10%포인트 넘게 곤두박질쳤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추락의 시작은 신년 기자회견이었다. (…) 박 대통령의 회견은 희망은 고사하고 한숨과 탄식, 분노를 안겨줬다. 그만큼 민심을 몰랐고 인식은 안이했다. 공공의 적이 되다시피 한 측근들을 내치기는커녕 오히려 감싸려 들었다. 그런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국민보다 측근들을 더 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김기춘 비서실장은 여전히 살아 남았고 실세 3인방은 건재했다. (…) 곧 교체될 예정이라는 김 실장은 총리 교체와 특보단 인사에 이어 후속 개각, 청와대 비서관ㆍ행정관 인사까지 챙기고 있다. 그만둘 사람이 후임자가 데리고 일할 사람을 뽑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이 이런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를 모를 리 없다. (…) 전반부가 인사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면 후반부는 정책적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 연말정산 파동은 아마추어 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안을 밝힌 지 한나절 만에 번복됐고, 18개월 동안 준비했던 건강보험료 개선안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정부 중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여당에서조차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하고 국민들도 “증세와 복지를 선택하라”고 하는데도 박 대통령과 정부는 고장 난 시계처럼 증세는 없다는 얘기만 되풀이할 뿐이다.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면 이 정부가 한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 그나마 국민이 얻은 소득이라면 더 이상 정부를 믿어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이다. (…) 원칙도, 소신도, 능력도 없는 ‘3(無) 정부’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 어린이집을 가고 재래시장을 찾는다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고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예상 밖 대승을 거둔 비박계 유승민 의원도 당선 인사에서 “대통령이 민심에 귀를 기울이라”고 충고했다. 신뢰를 잃은 대통령은 불행하다. 그러나 그런 대통령을 앞으로 3년이나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더 불행하다. 박 대통령은 달라져야 한다.”
-박근혜 1월의 악몽(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오스트리아 출신 여성시인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시에서 책 제목을 따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돼 나온 시의 제목은 이 구절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지만 시의 원제는 ‘놀이는 끝났다’다.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구절을 놓고도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날개가 달린 것은 하늘을 날지만 날개가 구실을 못하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부터 ‘날개가 있기에 날 수 있고 날개가 있어서 추락한다’ ‘날개가 있으므로 행복하고 동시에 불행한 것이다’ 등 해석이 각양각색이다. (…)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의 끝없는 추락을 놓고도 비슷한 말이 가능할 것이다. 그를 둘러싼 신기루 같은 이미지, 일부 지역ㆍ계층의 맹목적 지지, 보수언론들의 여론몰이 등이 박 대통령을 하늘 높이 날게 해주었던 날개였다면, 이제 그 날개는 구실을 다했다. 2일 끝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보면 ‘거수기 여당’이라는 날개 하나도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 만약 박 대통령이 소통과 겸허라는 새로운 날개에 눈길을 돌린다면 예전처럼 다시 하늘 높이 날지는 못해도 바닥에 떨어지는 비극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놀이는 끝났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날개’(한겨레 ‘유레카’ㆍ김종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여당은 안다. 이제 선거 여왕 기세도 내리막이다. 비박 주류화는 진화다. 적자가 생존한다. 수단 중 하나가 배은망덕이다.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불통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길이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이 고약한 생일선물을 받았다. 유승민이 압도적 표차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거머쥔 것이다. 정치판에서 박근혜가 싫어하는 정치인 3명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순서대로 배열하면 전여옥-김무성-유승민이다. 배신의 낙인이 찍힌 인물들이다. 물론 전여옥은 완벽히 나가떨어졌다. 반면 김무성과 유승민은 화려하게 컴백했다. 두 사람이 새누리당을 접수하면서 비박(非朴)이 주류를 차지했다. 박근혜에겐 끔찍한 악몽이다. 이런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청와대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 어제는 국무회의까지 미루며 최경환ㆍ황우여 부총리와 김희정 장관까지 투표에 참가시키는 총동원령을 내렸지만 참패했다. 새누리당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렇게 귀띔했다. “패착의 원인은 박근혜의 오만과 불통이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끌어안는 신년회견을 보며 놀라 나자빠진 의원이 한둘 아니다. (…) 4수(修)의 이주영은 광범한 동정론을 업은 훌륭한 카드였다. 문제는 러닝메이트였던 홍문종(정책위의장 후보) 전 사무총장이다. 그가 청와대만 맹목적으로 추종한 것에 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이제 박근혜 앞에는 괴로운 선택이 남아 있다. 더 이상 ‘증세 없는 복지’의 신기루를 고집하거나 측근을 감싸 돌기 어렵게 돼 버렸다. (…) 그렇다고 온갖 위원회나 만들고 재래시장·어린이집을 찾아 다닌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새누리당의 독립 선언으로 비빌 언덕도 없는 사면초가 신세다. ‘천막 청와대’의 비장한 각오 없이는 탈출구가 안 보인다. (…) 유승민은 “청와대 얼라들이~”라며 인적 쇄신을 주문하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제 반강제적인 당청 소통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생겼다. 비박계가 막강한 입법권을 차지한 만큼 박근혜는 공무원 연금개혁 등을 추진하려면 김무성ㆍ유승민의 협조부터 구해야 할 궁지에 몰렸다. 사실상 본격적인 레임덕의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박근혜가 내년 총선 공천에 입김을 미치기 어렵게 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공천권은 정치권력의 원천이다. 이제 친박 의원들까지 공천을 따내려면 김무성ㆍ유승민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박야김(晝朴野金)ㆍ탈박월유(脫朴越劉)의 흐름이 거세질 게 분명하다. 박근혜에게 “득표에 도움되지 않으니 차라리 탈당하라”는 막말까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독립과 박근혜 레임덕(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참 무서운 사람들이다.” 2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에 유승민 의원이 선출됐다는 소식을 들은 한 새정치민주연합 중진의원의 첫 반응이다. 곧바로 “새누리당 사람들은 어떻게 화장을 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를 아는 것”이라는 말이 이어졌다. (…) 혼전양상을 빚던 경선 구도는 1월 중순 쯤부터 유 원내대표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는 기류로 바뀌었고, 1월 하순 들어선 아예 유 원내대표 우세 쪽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변화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던 시기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결과적으로 박심이 큰 힘을 쓰지 못한 건 아이러니다. 박 대통령이 2011년 말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이듬해 총선 공천을 관장했던 만큼 연령대를 불문하고 상당수가 사실상 ‘박근혜 키즈’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까지 연기해가며 투영하려던 박심이 다른 누구도 아닌 수많은 ‘박근혜 키즈’에 의해 막힌 것이다. 그래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생존본능이 더욱 놀랍고, 그래서 새누리당의 동물적인 감각이 더욱 무섭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으로 당이 존립위기에 몰렸을 때 당 대표를 맡겨 121석의 신화를 쓰게 해놓고, 2012년 총선ㆍ대선 승리가 가물가물해지자 비상대권을 맡겨 연이은 승리를 일구게 해놓고…. 이제 와선 여론과 민심을 앞세워 박심을 거부했다. 게다가 이런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예상 가능하고 단호하다.”
-새누리의 놀라운 생존본능(한국일보 ‘36.5°’ㆍ양정대 정치부 기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