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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잡는 엉터리 투자성향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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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잡는 엉터리 투자성향 평가

입력
2015.02.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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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영업직원 A씨는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은 전세금 반환에 쓸 돈”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따른 설문 결과가 ‘적극 투자형’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투자자에게 고위험 상품을 권했다. 투자자가 원금 보존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설문항목만 단순 합산해 정반대의 투자성향을 결정한 것이다.

금융회사가 투자상품을 권유할 때 작성하는 투자성향 평가가 이처럼 실제 투자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은행(18개사), 증권사(35개사), 보험사(11개사) 등 일반 투자자를 상대로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는 64개 금융회사를 점검해, 단순 점수제로 운영되는 평가체계의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금감원은 상당수 금융회사가 투자자 설문을 단순 합산한 점수로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회사는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높은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기 위해 특정 항목의 배점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높게 설정하기도 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또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성향보다 고위험상품에 투자하기 원할 때 작성하는 ‘부적합 확인서’와 투자권유 없이 투자를 하거나 정보 제공을 원하지 않을 경우 쓰는 ‘투자권유불원 확인서’ 남발을 지적했다. 이번 점검 결과 부적합 확인서를 받은 판매는 모두 137만 655건으로 전체 판매 건수의 34.9%에 달했고 ‘투자권유불원 확인서’는 10.9%(42만 6,591건)로 집계됐다. “부적합 또는 투자권유불원 확인서를 받고 상품을 판매하면 투자자 보호규정인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 등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율은 규제 회피 목적일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금감원은 임직원이 부적합 확인서 등을 받고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하면 성과급 산정 점수를 상대적으로 낮게 주도록 했다. 민병현 금감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다수 금융회사가 자체 투자성향 평가방식이 투자 목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인식했지만 이를 점검, 수정한 회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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