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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래서야 사과 반성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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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래서야 사과 반성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나

입력
2015.02.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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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땅콩 회항’ 사건의 2차 공판에서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당시 조 회장은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박창진 사무장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을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조 회장의 출석은 앞서 재판부가 “조현아 피고인은 언제든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겠지만 박 사무장이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회사측 입장을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룹 총수의 약속이 불과 며칠 만에 휴지조각이 되는 듯한 일이 일어났다. 그제 조 전 부사장의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 사무장은 “18년 근무하면서 이런 ‘지옥의 스케줄’은 처음”이라며 회사 측의 인사 보복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58일 만에 현업에 복구한 박 사무장의 이달 비행스케줄은 대부분 체력 소모가 상당한 국내선이나 단거리 국제노선으로 짜여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잠을 하루 2~3시간 자기도 쉽지 않다는 게 승무원들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총수의 약속마저 거짓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겉으로는 아무 보복도 하지 않는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회사 차원에서 가혹한 스케줄을 편성해 괴롭혔다고 볼 수밖에 없다. “회사가 나를 관심사원으로 분류해 관리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박 사무장의 증언이 허튼 말이 아닌 것이다.

결심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박 사무장에게 항공기에서 내리라고 지시하긴 했지만 최종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며 회항책임을 기장에게 돌렸다. 박 사무장의 손등을 내리친 폭행은 부인했고 사건의 발단이 사무장과 승무원들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 사무장은 “조 전 부사장은 한번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일말의 양심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박 사무장은 “매뉴얼을 보여주며 설명하려고 할 때 조 전 부사장이 야수가 먹잇감을 찾는 것처럼 양 이빨을 갈면서 고함을 치고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은 물론 한진그룹 전체가 큰 타격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기업이미지가 실추되고 임직원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글로벌기업으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잘못된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조 회장은 최근 임원 세미나에서 직원들과의 유연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기업문화를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의 실제 행태는 여전히 이런 약속들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변화의 출발점은 진솔한 반성과 사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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