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자는 걸어 다니는 돈 보따리" IS 점령지역 주변 유괴 중개 횡행
지역 주민·반체제 활동가 등 가장, 외국인에 접근 후 신병·소재 넘겨
고토 겐지·소트로프 등 언론인, 작년 시리아·이라크서 47명 납치
분쟁지역 전문 취재로 시리아 등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데다 신중하고 조심성 많은 성격의 일본 언론인 고토 겐지(後藤健二)는 어떻게 이슬람국가(IS)에 붙잡혔을까.
일본 인질 사태를 비롯해 그 동안 IS에 억류돼 살해당하거나 풀려난 사람들 중에는 기자가 가장 많다. 대부분 고토처럼 분쟁지역을 전문으로 취재하는 언론인들이어서 그 지역 사정에 밝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IS의 덫에 걸리는 것은 ‘가이드’를 자칭하며 돈을 목적으로 이런 외국인을 유인해 IS에 넘기는 ‘비즈니스’가 시리아 등지에서 횡행하기 때문이다. 좀더 현장에 다가가 취재하려는 의욕이 앞서다가는 어느 나라 누구라도 IS의 인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 마이니치신문 보도에 따르면 시리아 북부 알레포 주변에서는 지난해 이후 통역 등을 가장해 외국인에 접근해 IS에 팔아 넘기는 유괴 중개 비즈니스가 횡행하고 있다. 알레포 주변에는 2013년부터 IS와 알카에다 계열 ‘알누스라전선’ 등 시리아 반군 세력이 확대되면서 미국, 유럽의 언론인과 인도지원 활동가들이 구속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이후로는 이들 과격파 조직원이 아닌 지역 주민이나 반체제 활동가 또는 통역이 가이드를 가장해 외국인에 접근한 뒤 이들을 과격세력에 넘겨주고 돈을 챙기고 있다. 지난해 10월 시리아로 출국해 반군 수도로 알려진 라카로 들어간 고토가 지인에게 마지막 남긴 메시지에서 “동행 가이드에게 속았다”고 말했던 점으로 미뤄 그도 이런 식으로 IS에 넘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9월 IS에 피살된 미국 언론인 스티븐 소트로프 유족의 대리인도 “취재에 협력했던 반군 무장조직이 소트로프의 소재 정보를 2만5,000∼3만달러에 IS에 팔았다”고 CNN에 말한 적이 있다. 소트로프의 친구 버락 바르피는 “소트로프는 일찌감치 IS의 표적이었고 가짜 국경검문소에서 납치돼 팔려갔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도 현지 반군 관계자를 인용해 IS가 이용가치가 높은 인질을 라카에 억류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카와 그 주변에서는 외국 기자들을 ‘걸어 다니는 돈 보따리’로 인식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지난해 IS가 세력을 갖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47명의 언론인이 유괴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전세계에서 유괴된 전체 기자의 40%나 된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013년 시리아에 이어 지난해 IS가 장악한 지역을 전세계 기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았다. IS가 인질 붙잡기에 혈안인 것은 이후 몸값 협상에 성공하면 500만달러(55억원)를 챙길 수 있는데다, 설사 협상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위협을 전파하는 정치적 선전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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