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복지정책 등 변곡점에 "독자 정책 밀어붙이면 수습이…" 靑 당혹감 속 걱정 섞인 목소리
김무성 대표와 무난한 호흡 전망 불구 정치 스타일 뚜렷하게 갈려 장담 못해
비박계 지지를 등에 업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일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새누리당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은 비주류가 장악하게 됐다. 이로써 여권 전체의 권력 지형 재편도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유 신임 원내대표가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만큼 향후 당청 관계는 일대 변곡점을 맞게 됐다. 유 원내대표가 개헌 등 정치현안이나 복지 등 정책현안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움으로써 당청 주도권 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책통 원내대표의 주도권 선점 드라이브
유 원내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는 당선 일성으로 청와대를 향해 원론적이긴 하지만 ‘과감한 인적쇄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가 향후 청와대를 향해 실제 ‘당 중심의 당청 관계’를 고강도로 요구할 경우 당과 청와대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원내대표가 여권의 대표적인 정책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여권 지도부가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 정책 분야에서 강한 목소리를 낼 공산도 커 보인다. '증세 없는 복지'프레임의 변화 및 공무원연금개혁 문제, 건강보험 체재개편 혼선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휘발성 높은 정책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서서히 주도권을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유 원내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고 청와대나 정부가 변화와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는 유 원내대표의 행보를 외면한다면 충돌은 불가피할 수 있다.
때문에 유 원내대표의 당선 소식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인적쇄신 및 증세없는 복지기조 재검토를 주장하고 개헌 논의에도 청와대와 각을 세워 긴장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부분개각 등 인적쇄신 및 정책기조에 미칠 여파를 주목하는 기류도 역력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벌써부터 청와대로부터 유 원내대표가 정부의 정책과 다른 방향으로 독자적인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새로운 갈등이 생기면 이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걱정하는 얘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물론 유 원내대표가 경선전 내내 자신을 ‘원박(원조 친박)’이라 지칭하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대하지 않는 새누리당 의원이 누가 있느냐”고 호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청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제ㆍ정책통인 유 원내대표가 집권3년차를 맞아 경제살리기와 개혁 드라이브에 올인하는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오히려 손발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여권 권력 재편과 K, Y의 호흡
비박계로 분류되는 유 원내대표의 등장으로 여권의 권력지형도 급격한 변화가 전망된다. 친박의 급격한 퇴조는 불가피하게 됐으며 당정청 관계도 당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에서 김기춘 비서실장마저 물러날 경우 정부 또한 당과의 보조에 신경을 더 써야 할 판이다.
다음은 명실상부하게 여권을 이끌게 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투톱의 보조에 이목이 집중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청와대 문건파동 배후와 관련해 구설에 올랐던 ‘K, Y 라인’이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나 유 원내대표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평적 당청관계 정립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당분간은 큰 잡음 없이 당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정치 스타일이 뚜렷하게 갈리는 만큼 내년 총선이 다가올 수록 당내 주도권 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써 TK(유 원내대표)와 PK(부산ㆍ경남)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충돌 요인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과의 임기가 아직 절반 이상 남아있는 만큼 침몰한 친박계를 얼마만큼 끌어안느냐 여부도 유 원내대표의 몫이 됐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조윤선 정무수석을 통해 유 원내대표의 당선에 축하의 뜻을 전했다. 조윤선 수석은 3일 유 원내대표를 방문해 축하난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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