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게에 주인 여럿… 자영업자 상생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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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게에 주인 여럿… 자영업자 상생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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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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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창업 뛰어들어 포화상태

낮에는 카페, 밤엔 주점으로 운영, 월세 등 나눠 내 부담 줄이는 방식

주조양씨가 2일 서울 강남역 인근 카페에서 여러 가게가 공간을 공유하는 '모두의 가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가게들이 수시로 폐업과 개점을 반복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혼자만의 가게가 아닌 ‘모두의 가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자영업의 몰락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은퇴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1955~63년생)와 취업전선에서 도태된 청년층이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대한민국 자영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누구나 창업 대박을 꿈꾸지만 현실은 ‘창업을 한 10명 중 7명은 10년 내 망한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상생 성공을 꿈꾸는 주조양(38)씨는 2일 “높은 창업비용과 고정비 부담”이 성공신화를 가로막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창업자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ㆍ공간을 한 업종에 올인하다보니 ‘모 아니면 도식’의 참담한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주씨는 공간은 하나지만 주인은 여럿인 구조의 사업모델을 생각했다. 그는 최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15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자영업자들을 위한 상생 공간을 만드는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

주조양씨가 손으로 그린 '모두의 가게' 구상도. 김주빈 인턴기자(서강대 중국문화과4)

‘모두의 가게’는 예컨대 낮에는 카페지만 밤에는 주점이 된다. 패스트푸드점처럼 돌리면 바뀌는 메뉴판을 도입해 같은 공간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카페,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는 주점으로 운영하는 식이다. 주씨는 “점심 장사는 잘 되는데 저녁에는 손님이 없어 문을 일찍 닫는 지인의 식당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며 “비싼 임대료에는 24시간 동안 그 공간을 쓰는 비용이 포함돼 있는 건데 일부 시간만 영리활동을 한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보증금과 월세는 참여 운영자들이 나눠 내기 때문에 고정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주씨는 가게 주인이 메뉴를 바꿔가며 하루 종일 장사를 할 수도 있지만 한 가지를 전문으로 하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하는 시간대에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가 생활을 즐기게 하고 싶다는 뜻도 있다. “임대료는 비싼데 그 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니 퇴근을 못하고 장사를 계속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 측면에서도 ‘상생 경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가게 안이나 바깥에 진열대를 둬 지역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일반인 눈높이에서 창업의 진입문턱을 낮추기 위한 장치인데, 벌써 직접 재배한 무를 이용해 만든 무말랭이차, 블루베리 액기스, 집에서 만든 양초와 비누 등을 팔겠다는 이들이 줄을 섰다. 무턱대고 매장을 여는 것보다 공간을 빌려 소규모로 물건을 팔아보다 반응이 좋으면 창업에 대한 자심감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씨는 ‘트레블러스 맵’이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근무하고, 성공회대 NGO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문제들을 건전한 방식으로 푸는 것에 대해 고민해왔다. 상생 경영에 대한 신념은 프랜차이즈 이름을 ‘모두의 가게’로 정한 데서도 드러난다. 1호점은 이르면 올 가을 경기 용인시에 들어선다.

그의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가게가 지속 가능한 수준의 합리적인 임대료를 제시하는 곳이 꾸준히 발굴된다면 ‘모두의 가게’가 창업 희망자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주씨는 “평범한 삼계탕집이 30년간 순탄하게 명맥을 이어온 비결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라며 “모두의 가게가 갈수록 영세화하는 자영업자의 추락을 멈추는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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