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LG가 식품회사 아워홈 구지은(48·사진)전무가 2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가 주목 받는 이유는 범 LG계열 수 많은 기업 중에서 구씨 가문의 딸이 경영에 참여한 사례는 구 부사장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승진으로 구 부사장에게 가업 승계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엄격하게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범LG가 가풍에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아워홈은 2000년 LG유통 사업부에서 계열 분리됐다.
구 부사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 구자학(85)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구 부사장은 삼성인력개발원과 컨설팅업체 왓슨와이트코리아 수석컨설턴트를 거쳐 2004년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이후 외식(FD)사업부장, 글로벌유통사업부장, 구매식재사업본부장 등을 지냈고 신규 브랜드 출시와 시스템 개발 등 경영능력을 발휘하면서 2004년 5,000억원대였던 아워홈 매출을 지난해 1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그 동안 활발한 대외활동을 계속했음에도 공개된 사진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구 부사장은 베일에 가려있었으나, 지난해 10월 중기적합업종 침해 논란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구 부사장에게 힘이 실린 것은 무엇보다 우수한 경영 성적표 때문이라는 게 아워홈 측 설명이다. 구 부사장은 대형 급식업체나 식당체인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식재료사업을 2년 연속 30%씩 신장시켰다. 급식사업에 치중했던 사업구조를 외식사업으로 확대한 것도 구 부사장이다. 그는 최근 멕시칸 음식브랜드 타코벨을 들여오는가 하면 푸드코트 푸드엠파이어, 한식 소담길 등 50여개 외식브랜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워홈의 지분을 보면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씨가 38.56%를, 구 부사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지만 1남3녀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가족은 구 부사장이 유일하다.
구 부사장의 경영 참여는 어머니 이숙희(81)여사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여사는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차녀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누나다. 재계 관계자는 “능력이 있으면 여성이라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삼성가의 가풍이 구 부사장의 입지구축에 영향이 미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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