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총동원령에 박빙 예상 불구 민심에 민감 수도권 중심 劉에 몰표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 경선은 박빙으로 흐를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범비박계 유승민 의원이 큰 표 차이로 승리하면서 다소 싱겁게 끝났다. ‘3전4기’에 도전한 이주영 의원은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과 짝을 이루며 박심(朴心)을 등에 업었지만 당심을 얻지 못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국회의장과 당 대표, 원내대표 경선전에서 잇따라 박심이 당심과 어긋난 결과가 나온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양측은 투표함이 열리기 전까지 누구도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며 긴장상태를 이어갔다. 특히 국무회의 참석이 예정됐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막판 투표에 나서는 등 친박계가 총동원령을 내렸기 때문에 비박 진영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유 신임 원내대표의 낙승이었다. 20표 가까운 낙승은 누구도 점치지 못했다. 2013년 경선에서 최경환 의원이 8표 차이로 이주영 의원에 신승한 것에 비춰보면 친박세가 2년 사이 그만큼 위축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최근 정부의 잇따른 정책혼선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의 급전직하에 따른 원심력이 경선 결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여론에 가장 민감한 서울ㆍ수도권 의원(41명)과 초·재선(96명) 의원 상당수가 여권의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변화’를 앞세운 유 의원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비례대표 의원(27명) 가운데서도 상당수 이탈표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닝메이트 요인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의원이 친박 핵심인 홍 의원과 손을 잡은 것은 청와대에 대한 원심력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 의원이 패배한 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국회의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투표에서 황우여 부총리가 정의화 현 의장에서 ‘46대 101’이라는 압도적 표차로 참패한 데 이어, 뒤이어 7월 치러진 전당대회에서도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최고위원 마저 김 대표에게 뒤지는 등 당내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대까지 내려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전하지 않는다면 친박계가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당 내 구심점 역할을 할 친박 핵심인물이 사라져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자도생의 길로 흩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도 사실상 계파보다는 차기 총선에 미칠 영향을 더 염두에 두고 의원들이 투표한 결과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최지영인턴기자(한국외대 정치외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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