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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피부양자 제도 맹점 탓에 편법 안내하는 공단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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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피부양자 제도 맹점 탓에 편법 안내하는 공단 직원들

입력
2015.02.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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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가입자 전환돼 건보료 인상" "직장 가입자 자녀 있으면…" 설명

"무임승차 택한 민원인 편의를 봐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씁쓸…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퇴직한 뒤 건강보험료가 올랐는데 적게 낼 방법은 없습니까?”

지난해 퇴직 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연금소득과 소유한 주택, 토지, 자동차에 대한 산정 건보료가 월 20만4,500원으로 오른 한 민원인은 경남 창원의 한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이 민원인은 연간 3,000만원이 넘는 연금소득이 있었지만 상담 직원은 “연금 소득이 연간 4,000만원 이하인데다 월 소득 180만원의 직장 가입자인 자녀가 있어 피부양자로 등재하면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했다.

지역가입자 전환으로 인상된 건보료에 반발하는 민원인들을 대하는 일이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일상업무가 되면서 건보공단 직원들은 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민원인에게도 건보료 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경제적 형편에 비해 보험료가 과하게 부과된 민원인에게는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설명밖에 할 수 없어 공단 직원들조차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금소득이 3,600만원에 달하는 민원인을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해준 직원은 “피부양자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제도가 지닌 맹점을 활용해 ‘무임승차’를 택한 민원인의 편의를 봐줄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건보공단 직원들은 “능력 있는 국민이라면 보험료를 내야 마땅하다고 생각 하지만 피부양자로 건보료를 안 내도 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추후 악성민원이 돼 다시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2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화와 우편, 방문 등으로 접수된 건보료 관련 민원 건수는 6,040만 건으로 2013년에 비해 300만 건 이상(5.1%) 증가했다. 이 중 피부양자 등 보험료 납부 자격에 관한 민원이 2,826만 건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공단 직원들에 따르면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받는 직장가입자들의 민원보다 지역가입자들이 제기하는 민원이 문제다. 공단의 서울지역 지사에 근무하는 A씨는 “우리나라에서 평범하게 산 사람들은 퇴직하면 32평 아파트, 자동차 1대를 재산으로 보유한 4인 가구의 가장이 되는 게 보통인데 소득이 전혀 없어도 20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니 부담이 되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제도가 탄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상황이 어려워지지만 자녀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이들은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이모(42)씨가 건보공단 지사를 찾아 “월 수입이 여름에는 30만원, 겨울에는 50만원인데 건강보험료를 15만원이나 내라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했을 때에도 담당직원은 “‘명의의 자동차와 주택이 있어 어쩔 수 없다. 공단에서 정책 검토를 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공단 직원 A씨는 “민원인들에게 부과체계가 조만간 개편된다고 설명해왔는데 백지화 이후 반발이 더 거세졌다”며 “직원들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부과 내용을 안내할 수 밖에 없어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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