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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不如樂之者

입력
2015.02.0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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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원문대로 번역하면 ‘아는 이는 좋아하는 이만 못하고, 좋아하는 이는 즐기는 이만 못하다’는 뜻으로 논어(論語)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흔히 입시생들의 공부와 직장인들의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말할 때 회자된다. 아무리 두뇌가 좋아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을 당할 수 없다. 그렇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도 공부를 진정으로 즐기는 학생을 당할 수 없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 미국 연수시절, 방학을 이용해 영어를 배우러 미국의 학원으로 온 한국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던 한 자원봉사 교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한국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 말도 잘 들어서 너무 가르치기가 편했어요. 영어도 한국에서 이미 배워와서 그런지 수준급이고, 수학은 미국 아이들보다 훨씬 앞서요. 그런데 노는 시간이 되면 뭘 하면서 놀아야 하는지를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것이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미국 아이들과는 달리 한국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선생님이 정해줘야 했어요.”

▦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31일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 뒤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문제점 하나만 얘기하고 싶다. 대다수 선수들이 학교에서 축구를 배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선수들에게 승리하는 법을 가르칠 뿐 축구를 즐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로 공연처럼 관중이 즐기는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공부나 일 뿐 아니라, 스포츠도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선수건 관중이건 즐기는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해방 이후 빈곤과 씨름하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한국 문화에서 즐긴다는 것은 죄악시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건 어른이건 노는 것과 즐기는 것을 꺼려했다. 학생은 오로지 공부, 직장인은 일에 목을 맸다. 덕분에 한국이 세계의 모범이 될 정도로 기적적인 발전을 했다. 그러나 그런 과거는 영화 ‘국제시장’을 보는 것으로 족하다. 근면과 노력, 절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탄생시킨 창의적인 토양이 필요하다. 슈틸리케의 지적처럼 즐기는 문화가 창의력의 원천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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