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이후 기술위원장 맡아 스타 감독 아닌 헌신적인 사령탑 발탁
슈틸리케 5개월 만에 한국 축구 부활… 축구팬들 "좋은 감독 모셔왔다" 격려
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주목 받는 인물이 있다. 이용수(56)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당시 기술위원장이었던 이 위원장은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이후 흔들리던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해 다시 한 번 중책을 맡았다. 새 수장을 고르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지만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에게 한국 축구의 운명을 맡겼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에서 개최국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지면서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다. 하지만 ‘지지 않는 축구’, ‘실학 축구’, ‘늪 축구’라는 호평을 받으면서 취임 5개월 만에 한국 축구를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 슈틸리케 감독을 지원하던 이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부터는 호주 현지에서 도우미로 나섰다.
이 위원장은 축구팬들로부터 많은 격려를 받고 있다. “좋은 감독님을 모셔오면서 한국 축구가 살아났다”는 칭찬이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자세를 더욱 낮췄다. 그는 “대표팀이 잘 나가고 있을 때 나는 뒤에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호’가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전 한국축구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슈틸리케호’는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착실하게 성적을 내고 있는 것에 후한 점수를 줬다.
이 위원장이 슈틸리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택했을 때 주변에서는 기대보다는 실망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69ㆍ현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 감독 정도는 아니어도 일반 축구팬들도 알 수 있는 스타급 지도자를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을 낙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명수비수 출신이지만 지도자로선 뚜렷한 성적을 낸 것이 없다는 비판도 잇달았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 축구를 사랑할 수 있다는 그의 헌신적인 자세에 주목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존 외국인 사령탑들과 달리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한국 축구를 배우는데 힘을 쏟았다. 국내에 머물며 유소년 축구부터 국내 프로축구 K리그 경기까지 발품을 팔았다.
이 위원장은 히딩크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의 공통점을 선수 발굴 능력으로 꼽았다. 그는 “두 감독님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찾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에서 국제 경험이 전무했던 박지성(34ㆍ은퇴)을 데려가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로 만들었다. 최전방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던 슈틸리케 감독도 청소년 대표 경력도 없는 이정협(24ㆍ상주 상무)을 전격 발탁해 호주 아시안컵에서 2골을 뽑아낸 골잡이로 키웠다.
이 위원장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한국 축구의 체질까지 개선할 지도자로 슈틸리케 감독을 선택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준우승을 일궈내, 이 위원장의 눈이 정확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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