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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출 완화 6개월… 집 살 돈, 다른 곳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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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출 완화 6개월… 집 살 돈, 다른 곳으로 흘렀다

입력
2015.02.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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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DTI 규제 완화와 금리인하 후 주택담보대출은 크게 늘었지만

상당 비중 집 매매와는 무관하게 생계비·사업자금 등으로 쓰여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을 높이는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작년 8월1일)된 지 6개월. 규제 완화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지만, 정작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은 증폭되는 모습이다. 정부 의도와 달리 대출금의 상당 비중이 주택매매와 무관하게 쓰이면서 당초 기대했던 주택시장 활성화 및 가계부채 구조개선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일 한국일보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금융권 가계대출 및 주택매매가격 통계를 분석한 결과 LTVㆍDTI 규제 완화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미치는 주택가격 상승 효과는 예전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200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주택담보대출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의 비율은 0.44였지만, 규제 완화가 시행된 지난해 8월 이후 이 비율은 0.19에 그쳤다. 지난 7년여 동안 주택담보대출이 100 늘어나면 집값이 44만큼 올랐지만, 돈줄을 풀었는데도 집값이 19밖에 안 오른 것이다. 작년 8월 이후 12월말까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4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 확대 정책의 효과가 미진한 것은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집을 담보로 빌린 돈이 생계비, 자영업 사업자금 등 주택거래와 무관한 영역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용도 중 주택 구입 비중은 LTVㆍDTI 완화 이후 51%에서 47%로 떨어진 반면, 생활비 등 기타 자금 마련 비중은 37%에서 42%로 늘었다.

통계로 잡히지 않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상당 부분 전월세 전환 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임대인이 수익률을 높이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세입자에게 지불해야 할 전세보증금을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세제도가 월세제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도권의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그 동안 간과돼 왔다”고 지적했다. 임대주택 중 월세 비중은 2011년 33.0%에서 지난해 41.0%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가 자칫 전세난과 가계부채 문제를 동시에 심화시킬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가계부채 구조개선 또한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정부는 “LTVㆍDTI 규제 완화로 제2금융권 대출이 금리가 낮은 은행권 대출로 전환되면서 가계 부채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은행을 제외한 예금취급기관의 지난해 11월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4조8,238억원으로, 규제 완화 직전인 7월말(94조8,332억원)과 같은 수준이었다.

설령 대출이 집 구매로 이어진다고 해도 빚으로 집값을 떠받치는 구조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 역시 떨쳐내기 어렵다. 정부는 한 발 더 나가 최근 연 1%대 초반 저금리로 7년간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뒤 나중에 은행과 집값 상승분을 나눠 갖는 수익공유형 민간 모기지 상품을 출시하기로 하면서 또다시 가계부채로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부(富)의 효과’가 낮은 데다가 시급히 가계부채 조정에 들어가야 할 형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 카드를 내수 진작책으로 꺼내 들었으니 실효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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