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역사 객관적 연구 한국공산주의운동사 30년 만에 완역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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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역사 객관적 연구 한국공산주의운동사 30년 만에 완역 재출간

입력
2015.02.0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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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스칼라피노
이정식 명예교수

정치학자 로버트 스칼라피노(1919~2011)와 제자인 이정식(84)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가 함께 쓴 ‘한국공산주의운동사’는 한국 공산주의의 기원과 발전 과정에 관한 독보적 연구로 꼽힌다. 영문판 원서는 1973년 미국에서 나왔다. 한국어판이 나온 것은 1986년, 당시 20대 중반 대학원생이던 역사학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번역했다. 운동 편과 사회 편, 두 권으로 된 총 1,523쪽의 방대한 원서 중 운동 편만 번역해 세 권짜리로 선보였던 이 책이 근 30년 만에 합본 개정판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한 교수가 번역했고 그때 그 출판사 돌베개가 펴냈다.

원서 제 1권인 운동 편은 한국 공산주의 운동의 기원에서 1972년 7ㆍ4 남북 공동성명까지 근 100년에 걸친 운동사를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제 2권 사회 편에서는 북한의 정치ㆍ경제ㆍ사회를 다룬다.

이미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책은 식민지 시대 민족해방운동과 북한 체제를 분석함으로써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로 평가 받고 있다. 합본 개정판은 ‘소련 붕괴 이후의 북한’을 주제로 이정식 교수의 새로운 분석을 추가하고 이정식-한홍구 교수의 특별 대담 ‘이정식이 걸어온 학문의 길’을 부록으로 실었다. 아버지를 잃고 학업을 중단한 채 노동을 해야 했던 소년 가장이 세계적인 석학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사와 학문적 관심의 추이를 담은, 진솔하고 감동적인 인터뷰다. 30년 전 번역서 초판에는 없었던 중요 도판도 여럿 추가했다.

한 교수는 이 책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오늘날의 입장에서 볼 때 다소 반공적이고, 1970년대 이후 이북이 겪은 역사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근 100년에 이르는 한국공산주의운동사 전체를 아우르는 책으로는 아직도 이 책을 능가하는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공산주의운동사나 이북 현대사의 특정 시기나 특정 주제에 대해서는 뛰어난 연구 성과가 상당히 나왔지만, 이 책처럼 일관성을 갖고 큰 흐름을 설명하는 책은 서구 학계에서도 한국 학계에서도 아직 출간되지 않았다.”

이북의 김일성이 일제 시기 전설적 명장 김일성 장군이라 알려진 바로 그 사람이며, 이북의 김일성 이외에 이 이름으로 뚜렷한 명성을 얻은 사람은 따로 없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밝힌 책이다. 종종 서점에서 압수되는 일이 발생하더니 공안정국을 거친 뒤에는 1990년 법원에서 이적표현물로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공산주의운동은 이 책이 처음 번역 출간된 1986년만 해도 수많은 청년들의 가슴을 뛰게 했지만 1980년대 말 동구권 몰락과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철 지난 노래처럼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한국공산주의운동사’를 돌아봐야 할 이유를 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이북 정권이 존재하는 한 이 주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역사가 오늘의 이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역사를 모르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오래 전 절판됐던 책이다. 툭하면 ‘종북’ 딱지 붙이기가 유행하는 지금 착잡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한 교수는 합본 개정판의 옮긴이 후기 끝에 이렇게 썼다. “유럽에 갖다 놓으면 중도우파 정도밖에 되지 않을 통합진보당이 1987년 6월항쟁의 산물이라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당하는 한국에서 공산주의운동사를 읽고 쓰고 공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는 스산한 겨울이다. 더 추웠던 겨울도 여러 번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 될까…”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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