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과 미투 사이 애매한 경계
이미 출시된 인기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 화장품 업계의 미투(Me tooㆍ모방)전략이 지나치게 남용되며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 제품뿐만 아니라 해외제품의 미투 제품까지 등장, 미투와 표절의 모호한 경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이 최근 출시한 ‘캐릭터 마스크’제품이 일본의 일심당에서 지난해 여름 선보인 ‘동물얼굴 팩(Animal Face Pack)’과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얼굴에 붙이는 마스크 팩에 호랑이나 판다 등의 동물그림을 그려 넣어 동물 가면을 쓴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유사 논란이 불거지자 LG생활건강에서는 “제품을 디자인할 때 유사한 일본제품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마스크 팩에 동물 그림을 그려놓은 것은 비슷하지만, 콘셉트만 같을 뿐 세부 디자인의 경우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화장품 브랜드인 SNP화장품에서도 최근 국내 최초라며 동물 얼굴모양의 캐릭터 마스크팩을 ‘SNP 동물 마스크 팩’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바 있다.
이 같이 마스크팩에 그림을 그려 넣은 제품의 시초는 2013년 12월 일심당이 일본 전통 공연 가부키의 화장법을 마스크 팩에 구현한‘가부키 페이스 팩’이 원조. 이 제품은 2014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디자인 산업전시회 ‘DK2014’에서 일본 대표로 전시되기도 했다. 이후 우에노 동물원과의 합작을 통한 동물얼굴 팩과 좀비, 해골 시리즈 등 관련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일심당 관계자는 “이전에는 아무런 무늬가 없던 마스크 팩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혁신적인 실험이었다”며 “잉크가 녹지 않게 하고 또 피부에 악영향이 없도록 완성하기까지 1년 반 이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계에서 미투 제품 출시는 이미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기능과 디자인이 유사한 미투제품이 가격까지 저렴할 경우 원조제품을 제치고 인기상품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초기 연구개발 비용이 덜 드는데다, 안정적인 시장 진입도 가능해 업체에게 미투전략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원조업체 역시 섣불리 대응에 나서기 힘들다. 모방과 표절을 가늠할 기준이 모호해 관련 소송이나 판례 역시 사안에 따라 매번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 2012년 한국 P&G는 미샤가 진행한 ‘SK-Ⅱ 공병 이벤트’가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미샤와 SK-Ⅱ제품은 같은 액상 타입의 발효 에센스 화장품이지만 서로 성분이 다르고 용기 역시 모방품이라 보기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에어쿠션’특허 소송도 2012년부터 엎치락뒤치락 하며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뿐 아니라 식품, 의류 등 전 산업분야에서 미투제품 출시가 불황 속 신제품 출시 전략으로 자리잡아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구개발로 인한 기술력 없이는 시장선도가 어려운 만큼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와 신제품 출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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