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본이 인수한 저축은행 6곳, 최근 시장 점유율 15% 달해
대부업체 점유율은 56%, 2금융권 큰 손으로 자리잡아
지난주 말 일본의 종합금융그룹 오릭스가 현대증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국내 금융권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일본계 자본에 대한 경계감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외국 자본이라는 점 자체가 차별의 근거는 될 수 없지만 국내 금융질서를 교란하는 일본계 업체들의 영업행태에는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금융당국도 실태파악에 나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계 자본은 이미 국내 제2 금융권의 큰 손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상태다. 2010년 이후 일본계 자본이 인수한 저축은행 6곳의 최근 시장 점유율은 15%에 달한다. 자산 기준 업계 1위를 일본계인 SBI저축은행(9월말 기준 3조8,443억원)이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릭스그룹이 푸른2저축은행과 스마일저축은행을 인수해 탄생시킨 OBS저축은행 역시 자산이 1조원이 넘는다.
일본계 자금이 가장 먼저 진출한 대부업계에선 일본계가 국내 자본을 압도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액(4조9,700억원)은 5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토종업체들(3조5,600억원ㆍ40.2%)을 모두 합친 것보다 훨씬 높다.
캐피털 업계에서도 지난해 일본계 금융그룹 제이트러스트가 SC캐피탈을 인수하고 업계 2위인 아주캐피탈 인수 막바지 작업에 접어드는 등 공격적인 영역 확장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계 자본의 시장잠식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합적이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고용을 유지하고 공적자금 투여 부담을 줄인 점은 분명 긍정적 측면으로 볼 수 있지만, 이들이 본연의 자금중개 역할보다 고금리대출과 채권추심 등 고수익 사업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공존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친애ㆍ웰컴ㆍ웰컴서일ㆍOKㆍOK2 등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 5곳은 인수 후 개인 신용대출 규모가 219%나 급증했고, 대출의 89%가 연 25% 이상 고금리 대출로 나타났다. 이들 중 웰컴ㆍ웰컴서일을 제외한 3개 업체는 범(汎) 일본계로 분류된다. 다만, "한국계 국적인 최윤 회장이 세운 회사로 일본계가 아니다"는 OK저축은행측 주장대로 OK 및 OK2저축은행을 일본계로 분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는 한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자본이 이미 많이 진출해 있는 증권업계의 경우, 일본계의 추가 진출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릭스 그룹은 증권업 전문으로 출발한 곳이 아니어서 증권사를 단순한 수익창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우려들을 의식해 대비책 마련에 나설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 외국자본이나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업계 진출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고 하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번 영향 평가를 통해 금리 상한선에 육박하는 대출상품을 취급하거나 소액신용대출 비중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등의 행위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연 선임연구원은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진출을 허가할 당시 5년 이내에 대부업 및 소액대출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등 조건이 있었다”며 “기한 내에 그 조건들을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중간점검 단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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