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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쪽방촌서 한달새 4건… 늘어나는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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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쪽방촌서 한달새 4건… 늘어나는 고독사

입력
2015.02.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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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무연고 사망자 年900명 육박, 유족에 인계 사례 합하면 더 많을 듯

겨울 준비하는 쪽방촌 노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겨울 준비하는 쪽방촌 노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삼성동 신신림시장 안쪽의 쪽방촌은 을씨년스러웠다. 학원가 고층 빌딩과 수험생들로 북새통인 신림동 고시촌과 300m도 떨어져 있지 않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주민 50여명이 사용한다는 공동화장실 앞 바닥은 터진 수도관에서 흘러나온 물이 얼어붙어 보행보조기에 기댄 채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노인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곳은 지난달 28일 주민 이모(56)씨가 방안에서 홀로 숨진 지 사흘 만에 발견된 곳이다. 기초생활수급자 570여명을 포함, 독거노인 수백명이 거주하는 삼성동 쪽방촌에서는 올해 1월 한 달간 최소 4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외로운 죽음 ‘고독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정책자료집 ‘대한민국 고독사의 현주소와 미래’에 따르면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2011년 682명,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으로 늘었다. 이 자료집은 가족 등 연고가 없어 정부 예산으로 장례를 치른 시신 수만 집계한 것으로, 홀로 살다가 숨진 뒤 유족에게 인계된 사례를 합하면 고독사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동 쪽방촌에서만 10년을 넘게 살았다는 김모(78) 할머니는 “이곳에 사는 노인들이 나이가 많아지면서 고독사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며 “방안에서 죽은 채 발견된 노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이제는 새롭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내가 직접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만 네 번은 된다”며 “2, 3년 전 겨울에도 이웃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난방을 못해 새파랗게 질린 채 방 한구석에 웅크린 상태로 얼어 죽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무연고자들 중 지병이 있어도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고독사를 더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직업 없이 혼자 살다 삼성동 쪽방에서 고독사한 이씨의 사망 원인은 간경화였다. 그의 시신이 있던 집안 곳곳에는 피를 토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 이웃은 평소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잦기는 했지만 병원에서 제대로 진료를 받은 적이 없어 병에 걸린 사실도 모르고 숨졌을 것이라고 했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력이 없으면 가족관계도 단절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데 복지문제를 가족에게 맡길 수는 없다”며 “사회적 요구에 턱없이 부족한 사회복지사 인력을 확보하고 재원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2010년 복지 통합전산망 도입 이후 혜택이 끊긴 저소득 계층 같은 복지사각지대를 최대한 발굴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진 의원실 관계자는 “고독사에 대한 주기적 실태 조사로 위험 대상과 요인, 의료지원 실태 등을 확인해 관련 정보를 담당 공무원과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주체들이 공유해야 한다”면서 “고독사 취약지도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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