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영향 일시적 현상" 분석도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한지 한 달도 안돼 국산 담배 점유율이 처음으로 외국산에 뒤졌다. 외산 담배업체들이 담뱃값 인상폭을 줄이며 공세에 나서자 편의점에서 국산 KT&G의 점유율이 40%안팎까지 밀려난 것이다.
국산 담배 판매는 지난 1986년 필립모리스 ‘말보로’가 국내에 첫 진출한 이후 29년 동안 줄곧 점유율 유지해왔다. 이번 조사가 동네슈퍼, 가판대 등이 제외된 편의점 판매량만 취합한 것이고 작년 말 담뱃값인상을 앞두고 사재기한 물량들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A업체에서 지난달(1월1~29일) 매출 기준 KT&G의 점유율은 43.2%에 그쳤다. 필립모리스(24.4%), BAT(23.4%), JTI(9%)가 뒤를 이었다.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KT&G의 위축 현상은 더욱 뚜렷했다. KT&G의 점유율은 38.3%, 외산은 61.7%였다. B 업체에서도 지난달 매출 기준 KT&G의 점유율은 46.2%로 과반 이하로 떨어졌고, 판매량 기준으로는 40.5%에 머물렀다.
이처럼 국산담배와 외산담배의 점유율이 역전된 것은 외산담배들의 가격 인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BAT코리아는 지난달 15일부터 보그 시리즈를 갑당 3,500원에 내놨다. BAT는 또 4일부터 보그 새 패키지와 켄트 컨버터블의 가격도 국산 주요 담배보다 200원 싼 4,3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필립모리스 지난달 19일부터 주력 제품인 말보로, 팔리아멘트 값을 4,700원에서 4,500원으로 낮춰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같은 외산 담배업체들의 가격 정책이 흡연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였다는 비판이 많다. BAT의 경우, 1월 한 달간 보그를 3,500원에 싸게 팔아 인지도를 높인 뒤, 이달부터 가격을 4,300원으로 올려 소비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KT&G 측은 “올해 1월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인구 증가, 작년 말 담배 사재기, 외국산 담배 저가 공세 등이 겹친 특수하고 일시적 상황”이라며 “특히 편의점 판매의 경우 전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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