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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서의 오션토크] 제철 만난 맛난 대구

입력
2015.0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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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를 대표하는 어종 대구

영국, 아이슬란드는 전쟁까지

수자원 관리는 인간의 몫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한겨울, 언 몸을 녹이는 데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대구탕 한 그릇이 제격이다. 칼칼한 맛을 선호하면 매운탕, 담백한 맛을 원하면 흔히 지리라고도 하는 싱건탕을 취사선택 할 수 있다. 그 뿐이랴. 얼큰한 양념에 쫄깃쫄깃한 대구 볼 살이 어우러진 대구볼찜 또한 별미다. 볼 살은 아가미뚜껑 아래 붙어서 아가미를 여닫는 역할을 하는 근육이다. 숨을 쉬려면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니 운동 살이 붙은 것이 씹는 맛이 그만이다. 대구는 기름기 많은 생선과 달리 담백하다. 그래서 비린내 나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대구만큼은 먹는다.

대구란 이름은 말 그대로 입이 크다는 뜻이다. 큰 대(大) 입 구(口). 이름만 들어도 대구의 특징이 어떠할지 짐작이 갈 것이다. 입이 큰 만큼 먹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성어가 되면 물고기, 오징어, 게, 갯지렁이 등 가리지 않는다. 몸집도 커서 다 자라면 길이가 1㎙까지도 된다. 아래턱에는 수염이 하나 나있다. 멋으로 기른 것은 아니고, 먹이를 찾는데 사용한다. 물이 흐려 잘 보이지 않아도 이 수염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이용해 먹이를 잡는다.

‘남해 하면 대구’ 할 만큼 대구는 남해를 대표하는 어종이다. 동해 하면 명태, 서해 하면 조기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대구는 1950년대 이후 어획량이 점점 줄어들며 귀한 몸이 됐다. 그러자 자원 회복을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대구 알을 인공수정시켜 치어를 방류하는 사업을 꾸준히 해왔다. 그 덕에 요즘은 대구 철에 풍어로 남해안이 떠들썩하다.

명태는 대구와 처지가 다르다. 요즘 명태 씨가 말라 동해에서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해양수산부에서 살아있는 명태에 50만원의 현상금까지 걸고 친어를 확보하려 할까. 인공수정을 해서 치어를 놓아주려해도 어미 명태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기도 차례나 제사상에 올라갈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이지만 요즘 숫자가 줄어들어 맛보기 쉽지 않다. 1970년대만 해도 조기떼가 몰려올 무렵이면 서해 조기어장에는 파시라고 바다 위에서 어시장이 열릴 정도였다. 고급으로 치는 참조기가 줄어들자 아류 참조기 배에 노란 칠을 해서 참조기로 둔갑해 파는 일까지 생겨났다.

남해 하면 대구라지만 대구가 남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해에도 있고, 서해의 경우 황해저층냉수대라고 부르는 황해 바닥에 형성된 찬물에도 있다.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는 남해안에서 잡히는 것보다 조금 작아 왜대구라고도 부르지만 같은 종이다. 대구는 회귀성 어류로 연어처럼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오는 습성이 있으며, 찬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어류이다. 여름에는 우리나라 바다보다 더 차가운 오호츠크 해에서 살다가 겨울이 돼서 수온이 내려가면 동해를 거쳐 자기가 태어난 남해까지 내려온다. 12월에서 2월 사이 산란기를 맞은 대구는 거제도, 가덕도, 진해 인근 얕은 바다로 알을 낳기 위해 몰려든다. 이때 한창 대구 잡이가 벌어진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거제도 장목면이다. 겨울에 남해연구소로 출장가면 대구탕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즐거움이다.

대구의 인기는 서양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나 인기가 높으면 대구를 놓고 전쟁까지 벌였겠는가 말이다. 아이슬란드는 대구를 더 잡기 위해 1958년 영해 확장 선언을 했고, 이에 반발한 영국과 충돌했다. 대구전쟁은 1970년대까지 세 차례 일어났다. 사람까지 싸우게 만들었으니 대구는 참 대단한 물고기이다. 마크 쿨란스키가 대구에 관해 쓴 책이 국내에도 세계의 역사를 바꾼 물고기, 대구라는 이름으로 번역돼 나왔다.

수산통계를 보면 명태의 빈자리를 요즘 대구가 메우고 있는 모양새이다. 명태와 대구 모두 담백한 맛이라 꿩 대신 닭이다. 그러나 대구도 관리를 잘 못하면 다시 귀한 몸으로 전락할 수 있다. 수산자원은 사람 하기 나름이다. 과학적으로 관리만 잘하면 생물자원은 요술항아리 화수분과 같아서 먹어도 숫자가 줄지 않는다. 제철 만난 맛난 대구탕 한 그릇 어떨지.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ㆍ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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