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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농성장 강제철거… 중재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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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농성장 강제철거… 중재 물 건너가나

입력
2015.02.0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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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주말 행정대집행 강행

군 관사 저지 농성 99일 만에 반대 주민들·시민단체 쫓겨나

지난달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출입구에서 공사 반대 농성 천막 등을 강제 철거하기 위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이 진행돼 강정마을 주민, 반대단체 회원들과 해군측 용역들이 대치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군 관사 공사장 출입구에서 공사 반대 농성 천막 등을 강제 철거하기 위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이 진행돼 강정마을 주민, 반대단체 회원들과 해군측 용역들이 대치하고 있다. 서귀포=연합뉴스

국방부가 제주 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군 관사 공사장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을 지난달 31일 강제철거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반대단체들이 천막에서 공사 저지 투쟁을 벌인지 99일 만이며, 제주도의 중재노력은 물거품 위기에 처했다. 또 행정대집행 업무에 나섰던 해군 대위가 숨진 채 발견돼 충돌 현장의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7시30분쯤 해군 측 용역 100여명과 경찰 병력 800여명 등 총 1,000명이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군 관사 출입구 농성 현장에 투입됐다. 농성 천막과 24인승 소형버스 등 시설물에 대해 강제철거 행정대집행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오갔다.

농성자들은 전날부터 천막 주위에 나무 벽을 쌓아 올렸고 인근에 8m 높이의 망루를 만들어 대집행을 막기 위한 준비를 했다. 철거가 시작되자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 100여명은 경찰ㆍ해군에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주민과 활동가 등은 농성 천막과 망루 주변을 둘러 앉아 팔짱을 낀 상태로 맞섰고,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10명은 망루 꼭대기에 올라 쇠사슬을 몸에 묶어 강하게 저항했다. 해군측 용역이 농성자들을 한 명씩 끌어내면서 양측 간에 몸싸움이 심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행정대집행은 부상자가 나오면서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다. 오후 7시45분쯤 강우일 천주교제주교구장이 주민과 활동가, 제주경찰서장을 잇달아 만나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고, 14시간 가까이 이어진 대치 상황은 오후 9시쯤 마무리됐다. 이날 망루 위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조 회장 등 9명을 포함해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 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해군은 출입구 주변부의 펜스를 도로와 맞닿는 선까지 넓히는 작업을 벌여 더 이상 공사장 주변에 천막 등 시설물을 설치하지 못하게 했다. 이어 출입구를 개방, 포크레인과 트럭 등 중장비를 들여보내 곧바로 군 관사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해군은 “작전필수요원과 가족이 거주할 최소한의 군 관사를 올 12월까지 완공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며“찬성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정부가 제주도민에게 약속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고 밝혔다.

해군은 지난해 10월 14일 강정마을 9,407㎡ 부지에 전체면적 6,458㎡, 72가구(지상 4층ㆍ5개동)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관사는 애초 616가구 규모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과 토지 매입 등의 문제로 72가구로 축소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은 공사가 시작되자 공사장 출입구에 농성천막을 설치, 공사 저지 투쟁을 벌어왔다.

해군은 5차례에 걸쳐 강제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강정마을회에 전달했고 1차례 행정대집행을 연기했다. 제주도는 강정마을 갈등 해소를 위해 해군기지 진상규명과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제안했으나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군 관사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음에도 강제철거가 집행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는 2일 오전 11시 군관사 공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농성천막 행정대집행 지원 업무에 투입됐던 해군 장교가 서귀포시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돼 군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해군 제주방어사령부 소속 장모(26ㆍ해사 64기) 대위는 1일 오전 6시쯤 서귀포시 소재 모텔 3층 객실 베란다에 있는 완강기 줄에 목이 감긴 상태로 숨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했다.

장 대위는 전날 행정대집행을 밤늦게까지 지원한 뒤 해군 동료들과 현장 인근의 모텔에 투숙했다. 해군은 유서가 없는 점 등으로 미뤄 사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모텔 베란다 창이 밖에서 한번 닫히면 저절로 잠기는 구조”라며 “3층 객실에 투숙했던 장 대위가 베란다 밖으로 나갔다 문이 잠기자 완강기 줄을 타고 내려오다 몸이 뒤집히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 대위는 지난해 12월 말 제주방어사령부 정훈과장으로 발령받았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서귀포=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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