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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軍-道 중재 엇박자로 강정마을 불씨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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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軍-道 중재 엇박자로 강정마을 불씨 남겼다

입력
2015.02.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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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달 31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관사 공사장 앞 농성천막을 강제로 철거했다. 마을 주민들과 반대 단체들이 공사 저지투쟁에 나선지 99일 만이다. 용역과 중장비를 동원해 14시간에 걸쳐 진행된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고 주민과 활동가들이 줄줄이 연행됐다. 강우일 주교의 중재로 망루에서 저항하던 주민들이 자진해 내려오고 연행자들도 조사 뒤 풀려나면서 큰 불상사는 막았지만, 9년째 계속돼 온 해군기지 갈등으로 갈가리 찢긴 강정마을 주민들의 상처는 더 깊어졌다.

제주 해군기지는 건설의 필요성과 입지 선정의 타당성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떠나 지역주민이 반대하는 국책사업을 충분한 협의와 설득 없이 밀어붙임으로써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대표적 사례다. 우여곡절 끝에 해군기지는 올해 말 완공 예정이나 부속 관사 건설에까지 대립과 충돌이 이어지면서 두고두고 갈등의 불씨로 남게 됐다. 더구나 군은 제주도가 중재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농성장 철거를 강행해 더 큰 불신을 받게 됐다.

해군기지 주요지휘관과 작전필수요원, 그 가족들이 거주할 관사는 당초 616가구 규모로 계획됐으나 주민 반발과 토지매입 난항으로 72가구로 축소됐다. 주민들은 해군이 지난해 10월 공사에 착수하자 “주민 동의를 전제로 추진한다던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했다. 제주도는 강정마을 외곽에 ‘긴급상황 발생시 5분 안에 기지 도착’이 가능한 대체부지를 찾아 제안했으나, 국방부는 연내 완공이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국방부와 해군의 다급한 처지를 감안하더라도 이미 깊은 상처를 입은 반대 주민들에게 1억원 가까운 철거비용까지 떠안기며 몰아세웠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는 국회에서 관사 예산에 대해 ‘제주도와 해군, 강정마을회가 협의를 통해 집행한다’는 조건을 달아 국방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소관의 수시배정예산으로 반영한 취지에도 어긋난다. 해군은 “협의란 말은 해석하기 나름이며 동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옹색한 변명이다. 중재에 나섰던 원희룡 제주지사의 입지도 좁아졌다. 제주도가 제안한 해군기지 관련 의혹 진상규명 작업과 강정마을 주민 건강실태조사 등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국방부와 해군은 당장 기지와 관사의 연내 완공에 목을 매고 있지만 그 이후가 더 큰 문제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더불어 살아야 할 지역 주민들을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갖가지 의혹을 해소하고 상처 입은 주민들은 감싸 안아야 한다. 더불어 정부는 각종 국책사업 추진과 관련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극단적 대립과 충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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