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사 대표·한전 임원 등 기소
한국전력공사와 자회사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외제차, 골프레슨비, 외제 자전거, 차량용 오디오 등 ‘맞춤형’금품을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납품업체는 회삿돈을 빼돌려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으며 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현직 경찰 간부에게도 뇌물을 살포했다.
1일 검찰에 따르면 한전에 상황실용 고해상도 모니터 등 전기통신장비를 납품하던 K사 대표 김모(56ㆍ구속기소)씨는 사업 수주 등을 청탁하면서 한전의 최고위층과 자회사 실무 팀장급 직원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현금은 물론 외제 자전거와 고급 차량용 오디오 등 이른바 ‘맞춤형’ 뇌물 공세를 폈다.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렇게 제공된 뇌물 금액은 파악된 것만 4억여원에 달했다.
김씨는 이명박정부 인수위원회 출신인 강모 전 상임감사에게 제네시스 렌터카와 현금 1,500만원을 제공했다. 강 전 상임감사는 당시 한전과 자회사 임직원의 비위감사를 총괄하고 있었다. 김모 전 한전 전력IT추진처장에게는 3,000만원 상당의 독일산 뉴비틀 승용차를 선물로 안겼다.
김씨는 또 한국수력원자력 본부장 김모(59)씨의 아들 골프레슨비 수천만원과 해외 전지훈련비를 대신 내줬다. 한전KDN 고모(54) 팀장에게는 2,000만원의 현금과 360만원 상당의 독일제 자전거를 줬다. 이 외에도 고급 차량용 오디오와 중고 모닝 승용차, 컴퓨터, 상품권 등을 뇌물 수수자의 기호나 요구에 맞춰 제공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돈을 받은 임직원들이 대가로 입찰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K사에 평가점수를 몰아 줬다고 밝혔다. 발주단계부터 구매자격을 K사에 유리하도록 정하기도 했다. K사는 2006년 설립된 신생업체지만 이런 전방위 로비 덕분에 최근 6년 동안 63건 412억원어치의 한전 납품사업을 따낸 것으로 조사됐다.
뇌물 제공 대상에는 현직 경찰관도 있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에서 두 차례 파견근무를 하고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도 일을 했던 강모(45) 경정에게 3,800만원의 뇌물이 건네졌다. 부인이 K사 직원인 것처럼 꾸며 급여를 주는 수법이었는데 강씨는 대신 K사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거나 경쟁업체의 비위를 청와대에 접수해주는 일을 했다. 실제 K사의 경쟁업체 첩보가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김씨는 로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삿돈 38억여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친인척 등 60명을 허위직원으로 등재하거나 협력업체로부터 자재 등을 납품 받은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받아 대금을 지불한 뒤 돌려받는 ‘가공거래’ 수법을 이용했다. 김씨에게는 배임증재와 업무상횡령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장영섭)는 김씨와 김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한전, 한전KDN, 한수원 전ㆍ현직 임직원 9명, 강 경정을 구속기소하고 한전 ICT 김모(60) 차장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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