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宋)나라 농부가 못자리에서 모를 논에다 옮겨 심었지만 벼가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답답해하던 농부는 벼를 한 포기씩 위로 잡아당긴 뒤 집에 돌아와 벼의 성장을 도왔다며 기뻐했다. 농부의 아들이 논으로 가 보니 벼는 전부 쓰러져 있었다.’ 맹자 공손추 편에 나오는 얘기로 ‘알묘조장(?苗助長)’또는 ‘조장(助長)’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됐다. 순자가 성악설을 설파했다면 맹자는 성선설을 내세웠다. 그는 선한 본성의 발현을 위해 인위적 조장이 아닌, 자연의 시간을 감안한 적절한 배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영국 사상가 존 로크(1632~1704)는 ‘인간의 타고난 마음은 백지와 같다’는 ‘백지설’을 주창했다. 어떻게 채색되느냐에 따라 인간 형성이 달라진다는 이 주장은 이후 다윈의 진화론 등과 결합하면서 미국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 및 이에 기반한 진보주의 교육사상으로 이어진다. 20세기 초 존 듀이(1859~1952)로 대표되는 진보주의 사상은 자발적 능동적 전인적 인간 형성을 목표로 암기 위주의 수동적 교육 대신 아동의 자연스런 발달과 특성 욕구 흥미에 기초한 학습을 중시했다.
▦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현재 미국에선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가 하나가 돼 수많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원봉사, 특히 부모의 참여가 권장된다. 부모가 앞장서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따라 배우며 부모를 존경하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 같으면 입시공부에 여념이 없을 고교 때까지 이어지는 스포츠활동도 페어플레이 정신을 통한 인성교육의 또 다른 축이다.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동부 명문대에 들어가려면 공부만이 아니라 스포츠와 봉사활동에서 수범을 보여야 한다.
▦ 최근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대학입시에 인성평가를 반영토록 하고, 올해 교육대와 사범대 입시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람 됨됨이를 가르치는 인성교육은 교실에서 주입식으로 이뤄질 수 없다. 봉사와 체험의 시간, 직ㆍ간접적으로 보고 배울 수 있는 롤 모델이 필요하다. 더욱이 점수에 의한 서열경쟁과 사교육이 만연한 국내 현실에서 입시수단이 되면 또 다른 사교육 경쟁을 조장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현재 시늉에 그치는 학생 자원봉사활동부터 내실화하는 게 더 급하지 않을까 싶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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