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61ㆍ독일)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시아 정상에 서지 못했다.
한국은 31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와의 연장 승부 끝에 1-2로 아쉽게 졌다. 1960년 서울 대회 이후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수 많은 감동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장면1. 관중석으로 돌진한 손흥민
극적이었다. 한국은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까지 0-1로 끌려갔다. 시드니 스타디움을 찾은 7만 호주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 일어나 자국의 우승을 확신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손흥민(23ㆍ레버쿠젠)이 이었다. 그는 3분의 후반 추가 시간이 1분 정도 흐른 시점에서 기성용(26ㆍ스완지시티)의 패스를 받아 동점골을 뽑아낸 뒤 관중석에서 응원을 보내준 팬들과 뜨거운 포옹을 했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넣은 ‘해결사’ 손흥민의 존재감이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장면2. 후배 격려하는 차두리
이미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차두리(35ㆍFC 서울)는 슈틸리케 감독의 설득 때문에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서 후배들과 멋진 추억을 만들기 위해 뛰고 뛰었다. 한국 선수들 가운데 역대 아시안컵 최고령 출전자인 그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 연장전에서 60m 가량 폭풍 드리블을 한 뒤 손흥민의 추가골을 배달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도 선발로 나선 차두리는 연장전까지 풀 타임을 소화한 뒤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우승을 못했다는 아쉬움보다는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는 표정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팀의 중심을 잡아준 차두리는 눈물을 흘리는 후배들을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장면3. 하이파이브하는 슈틸리케 감독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경기 전 선수 입장 때 태극전사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각별한 믿음을 드러냈다.
호주와의 결승전도 조별리그, 8강, 4강처럼 똑같이 했다. 선수들의 손을 잡으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장에 나서는 병사들은 자신들을 믿어주는 장수를 위해 투혼을 보여줬다.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격려를 했다.
장면4. 경례 세리머니 이정협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이정협(24ㆍ상주 상무)을 깜짝 발탁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는 그의 발탁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일부 기술위원들은 “신중을 기해달라”고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협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군데렐라’가 됐다. 이번 대회 6경기 중 4경기에 선발로 출전, 두 골을 뽑아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며 골을 넣은 뒤엔 ‘경례 세리머니’로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렸다.
이정협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열심히 해서 이 자리에 다시 오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장면5. 눈물 흘리던 김진수
김진수(23ㆍ호펜하임)는 손흥민과 함께 슈틸리케호의 막내지만 붙박이 왼쪽 수비수로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다. ‘포스트 이영표’라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김진수는 호주와의 결승전 연장 전반 종료 직전에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진수가 왼쪽 측면에서 호주 공격수 토미 유리치(웨스턴시드니)에게 돌파를 당한 뒤 허용한 크로스가 결승골이 되고 말았다. 김진수는 경기가 1-2로 끝난 뒤 자책하며 눈물을 흘렸다. 동료들은 울고 있는 김진수에게 “너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고 진심을 담아 위로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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