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3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첼 바첼레트(사진) 칠레 대통령은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때,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낮은 때 등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모든 형태의 낙태수술을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생명과 위험에 빠뜨리고, 여성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칠레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2013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낙태 제한적 허용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당시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문제에 관한 논의가 더는 금기시돼서는 안 된다”며 “보수우파 진영과 가톨릭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낙태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칠레 사회에서 낙태는 오랜 기간 매우 민감한 사회문제로 다뤄졌다. 칠레에서는 1931년부터 치료 목적에 한해 낙태가 허용됐다. 그러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1973∼1990년)은 1989년 보건법을 개정해 낙태를 전면 금지했다. 낙태수술을 하다 적발되면 환자와 시술자 모두 징역 3∼5년 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2012년에는 의회에 낙태 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됐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다.
여론조사에서는 70% 이상이 낙태 제한적 허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수우파 진영과 가톨릭계는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태어날 생명에 사형을 선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강력 반발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중남미 지역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국가로는 칠레와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이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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