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띠동갑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조직력의 성과!'
한국 축구가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개최국' 호주에 밀려 55년 만의 우승 트로피 탈환에는 실패했지만 27년 만의 준우승을 통해 아시아의 전통 맹주로서 자존심을 세운 것은 선배들의 희생정신과 후배들의 도전정신이 한 데 아우러진 결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31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치러진 2015 아시안컵 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개최국 호주에 1-2로 덜미를 잡히며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비록 1960년 2회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55년 만에 찾아온 우승 트로피 탈환의 기회를 놓쳤지만 한국은 1988년 대회 이후 27년 만에 준우승을 재현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팬들도 힘든 상황 속에서 '무실점 5연승'으로 결승에 오른 태극전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무승 탈락'이라는 치욕을 맛본 한국 축구는 팬들 냉정한 시선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9월 '독이 든 성배'를 주저 없이 받아들었다.
그는 "한국이 축구 강국으로 도약할 희망이 없었다면 대표팀 감독직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경기가 끝나고 팬들은 점유율이 얼마였는지 패스와 슈팅이 몇 번이었는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승리가 중요하다"는 말로 태극전사 조련에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본선 직전까지 다양한 선수들을 점검했다.
공교롭게도 간판 골잡이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빠진 상태이어서 슈틸리케 감독은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선수 선발에 나섰다.
그동안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한 남태희(레퀴야), 조영철(카타르SC) 등 중동파들이 중용됐고, 태극마크조차 달아본 적 없던 이정협(상주)이 깜짝 발탁되는 등 슈틸리케 감독은 다소 파격적인 선수 선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 최종 엔트로 선정한 23명의 면면을 보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겨냥한 세대교체의 고민이 잘 드러난다.
무작정 세대교체만 주장할 수 없었던 만큼 노장과 신예의 조화를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차두리(35·서울)부터 가장 어린 손흥민(23·레버쿠젠)까지 무려 나이 차가 12살이나 된다. 띠동갑의 나이 차가 벌어진 틈은 구자철(마인츠), 기성용(스완지시티), 한국영(카타르SC),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들이 채웠다.
한마디로 신구의 조화를 아시안컵 도전의 기본으로 삼은 것이다.
30대의 노장들과 20대 초반의 신예들이 서로의 경험과 열정을 나누면서 슈틸리케호는 조별리그 3경기는 물론 8강, 4강전까지 무실점 승리를 이어가며 마침내 우승까지 일궈냈다.
차두리가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서 연장 후반 14분 오른쪽 측면을 타고 무려 60m를 넘는 '폭풍질주' 뒤 손흥민의 추가골에 도움을 준 것은 이번 아시안컵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대표팀의 최고 맏형과 막내가 승리를 확정하는 추가골을 연출한 것은 슈틸리케 감독이 내심 바랐던 '신구 조화'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또 1골이 소중했던 호주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베테랑 공격수 이근호(30·엘 자이시)가 '신데렐라' 이정협(25·상주)이 눈빛으로 사인을 교환한 뒤 결승골을 만들어낸 장면 역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이렇듯 선배들이 지친 후배를 앞에서 끌어주고, 막내들이 뒤에서 선배들의 뒤를 밀어주는 장면에서 축구팬들은 오는 6월부터 시작되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보여줄 태극전사들의 맹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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