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이후 보조금 규모 더 커져… 마케팅비 전년 대비 11% 증가
가입자당 평균 매출 늘었지만 SKT 이익 감소, KT 적자 요인 돼
이동통신업체들이 휴대폰 보조금 같은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 발목을 잡혔다. 정부가 휴대폰 보조금 규제를 위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까지 만들어 시행했지만 이통사들은 여전히 지난해보다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깎아 먹었다.
30일 SK텔레콤, LG유플러스, KT 등 이통 3사의 실적을 보면 지난해 이통사들은 전년 대비 11% 늘어난 총 8조8,22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 3조5,730억원, KT 3조1,528억원, LG유플러스 2조962억원을 썼다. 전년 대비 KT는 17.6%, LG유플러스 14.2%, SK텔레콤 4.2%씩 각각 마케팅 비용을 늘렸다.
특히 10월부터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SK텔레콤 8,160억원, KT 8,127억원, LG유플러스 5,182억원 등 총 2조1,469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 3분기 2조507억원보다 4.7% 증가했다. 이통사들의 과열 경쟁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한 단통법이 보조금 규제를 통해 서비스 개선 및 통신비 인하 효과 등으로 이어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통사들은 마케팅 비용 증가를 단통법에 따른 보조금 확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특정 요금대의 특정 기기에 집중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이제는 모든 요금제와 모든 휴대폰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널리 확산되다 보니 전체 보조금 지급 규모가 늘었다는 뜻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가입자 1인당 유치 비용이 3분기보다 21.5% 늘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도 “저가 요금제에 사용한 마케팅 비용이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5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의 지난해 실적도 마케팅 비용 증가에 영향을 받아 좋지 못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7조1,638억원, 영업이익 1조8,251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2% 감소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KT도 지난해 매출 23조4,215억원, 영업손실 2,91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KT의 적자는 주로 지난해 상반기 8,300여명의 명예퇴직 비용 때문이지만, 4분기 영업이익 341억원도 직전 분기인 3분기 3,351억원보다 89.8% 감소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LG유플러스만 영업이익이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 10조9,998억원, 영업이익 5,763억원을 기록, 전년보다 매출은 3.9% 줄고, 영업이익은 6.3% 늘어났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다른 이동통신사의 망을 사용하는 상호접속료, 콘텐츠 이용료 등을 제외하면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으로만 올린 영업이익은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일제히 증가했다. ARPU는 이통사가 가입자 1명당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ARPU는 SK텔레콤 3만6,100원, KT는 3만5,283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9.7% 증가했다. LG유플러스도 3만6,157원으로 전년보다 6% 상승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RPU 증가를 무조건 마케팅비를 많이 써서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늘린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이동통신 콘텐츠 수요 증가도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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