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마운트 트라이 믹스 잠수 도전… 왜소한 체구에 폐 작고 멀미도 잘 느껴
아이스 다이빙 등 강한 훈련으로 극복 "수중 동굴 촬영 밑거름됐으면 해요"
“카메라가 수심 100미터 압력을 견뎌야 할텐데…” “원체 수압이 엄청나다 보니 확답은 어렵죠.”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수중 촬영장비 전문업체 아쿠아코에서는 와이진(36)씨가 수중 카메라 등 각종 장비를 수압 테스트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도전을 위해 필리핀 출국을 앞두고 있는 이날 오전부터는 인근 훈련장에서 만반의 준비를 마친 터였다. 국내 유일의 상업 수중사진작가인 와이진씨는 오는 2월6일 필리핀 세부의 모알보알 인근 해역에서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TDI 사이드 마운트 트라이믹스’ 잠수법으로 수심 100m 다이빙에 도전한다. 와이진은 “현지 도착 후 열흘 동안 50m에서 시작해 조금씩 깊이 잠수하는 체계적인 수심 조절 훈련을 거친 뒤 마지막 날 최종 목표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기통을 등에 매고 잠수하는 ‘백 마운트’ 기법이 전형적인 잠수 방식이라면, ‘사이드 마운트’는 글자 그대로 공기통을 허리 옆에 부착한다. 수중 동굴 통과 등 횡적 움직임에 적합하고 물에 드나들 때 장비 무게 부담이 적어 여성에게 다소 유리하지만, 종적 움직임엔 다소 약점을 보여 깊은 곳에서는 백 마운트 기법이 더 일반적으로 사용돼 왔다. ‘트라이 믹스’는 산소와 질소, 헬륨을 다이버가 직접 혼합해 마시며 다이빙 하는 방식으로 수중에서의 질소 마취, 산소 중독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와이진은 “수중 동굴 촬영에 욕심이 있는데, 이번 도전이 향후 원활한 수중 동굴 촬영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사실, 수중 사진 촬영은 수심 40~50m 정도면 충분히 좋은 사진들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위험한 도전을 선택한 데 대해 “왜소한 몸집 때문에 ‘넌 안돼’ ‘넌, 못 할거야’ 라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이에 대한 반발심리인 것 같다”고 했다. 키 157cm로 왜소한 체구의 와이진은 선천적으로 폐가 작은데다 신체구조적으로도 심장이 가운데 쪽으로 쏠려 있어 긴급 상황 발생시 흉부 압박 심폐 소생술은 오히려 독이 된다. 심지어 귀 속 달팽이 관도 평균 이하로 얇아서 남들보다 멀미를 빨리 느낀다. 그런데도 와이진은 “남들, 특히 여성이 해 본적이 없다니까 내가 한번 도전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번 도전을 위해 기초 체력 훈련 뿐 아니라, 나이트록스(감압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기 탱크 안에 산수 비율을 높여 적응하는 훈련), 트라이 믹스, 아이스 다이빙(얼음 밑 다이빙) 등의 강도 높은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수중 사진을 공부한 건 아니다. 대학 시절 전공은 스킨스쿠버나 사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의상학이다. 사회 초년생 때에는 방송국에서 연예인들의 코디를 맡은 패션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다. 2005년 우연한 기회에 김중만 사진작가를 만나 사진 공부를 시작했는데 “기존 패턴을 답습하지 말고 너만의 색깔을 찾아라”는 스승의 말이 와이진을 흔들어놨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수중 사진이었다. 이를 위해 2008년 네셔널지오그래픽 다이버 자격증을 딴 후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및 영화 포스터 등에 쓰이는 물속 장면을 전문적으로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코리아 선정 3대 탐험가에 김중만 선생, 엄홍길 대장과 함께 선정되는 등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도전이 끝나면 오는 4월 아시아에서 열리는 가장 큰 다이빙 박람회인 ADEX2015에 초청, 우리나라 다이버로는 최초로 세미나 연설을 할 예정이다. 와이진은 “여성 최초라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제 도전 자체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신다”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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