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생산 증가율 역대 최저 1.1%… 광공업 생산지수는 '제로 성장'
기업 체감 경기도 회복 기미 없어 "저유가외엔 1분기 회복 유인 없어"
지난해 농어업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생산 증가율은 불과 1.1%.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특히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공업 생산의 경우 증가율이 0%에 머물며 제자리 걸음을 했다. 산업 엔진이 식어가면서 우리 경제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암울한 진단이 나온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全) 산업생산은 2013년 대비 1.1% 성장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 침체가 두드러졌던 2008년(2.3%) 2009년(1.5%)보다도 낮은 2000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에 대해 “산업생산 증가율은 국내총생산(GDP)에 선행하기 때문에, 지난해 경제성장률 잠정치(3.3%)가 확정 단계에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경기가 확실하게 저성장 기조에 들어섰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기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는 광공업 생산지수는 전년과 동일한 107.7에 머물렀다. 전혀 성장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1%)을 제외하면 처음 있는 ‘제로 성장’이다. 공장이 얼마나 가동되는지를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지난해 76.0%로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산업생산 증가율 하락은 수출 감소 때문”이라면서 “수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예전 경기 회복기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출 증대로 기업소득이 늘고, 그에 따라 임금 고용이 증가해 가계소득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와 투자로 파급되는 게 전형적인 사이클인데, 수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전 분야가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실물경제의 둔화 속에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 BSI는 73으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4월 84였던 BSI지수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5월 79로 하락한 뒤 9개월 째 70선에 주저앉아 있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이고, 그 보다 낮으면 나쁘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월별 추이로 보면 다소 개선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3.0% 늘어났고, 소매판매(2.2% 증가)와 설비투자(1.7% 증가) 등의 지표도 비교적 괜찮았다. 지난해 11월 99.8(100 밑이면 통상 불황을 의미)로 떨어졌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달 0.3포인트 상승한 100.1로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올 1분기에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낙관론을 펴기엔 회복세가 너무 미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12월의 좋아진 수치는 자동차 파업 중단, 담뱃세 인상에 따른 연말 소비 급증 등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보인다”면서 “아직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한 저유가 외에는 올해 1분기에 경기가 좋아질 유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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