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증인 출석
“사건과 관련된 직원들이 회사에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게 할 것을 약속합니다.”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30일 ‘땅콩 회항’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 박창진 사무장과 승무원 등 이 사건 관련 직원들이 회사에 복귀할 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 오성우)는 지난 19일 첫 공판에서 회사의 보복 가능성을 직접 묻겠다며 직권으로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언니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실제로 오 재판장은 이날 공판에서 조 회장을 상대로 이 사건 관련 직원들이 향후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가능한지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조 회장은 “박 사무장의 현재 감정이 어떨 것 같냐”는 오 재판장 질문에 “(박 사무장이) 당한 것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사과한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오 재판장이 “재판부는 조직 내에서 관련 임직원 보복이 법을 피해서 교묘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하자 조 회장은 기침을 한 뒤 물을 한 잔 들이켰다. 오 재판장은 “직무능력에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주거나 휴가를 못 가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 모욕적이고 불쾌한 방식으로 하는 집단 괴롭힘 대책에 대한 방법이 있느냐”고 재차 몰아붙였고, 조 회장은 “담당 실무진에게 얘기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확답을 줬다.
조 회장은 녹색 수의 차림으로 피고인석에 자리한 딸 조 전 부사장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고 정면만 응시한 채 재판부의 질문에 답했다. 조 전 부사장 역시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아버지 조 회장을 올려다 보지 않았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여승무원 김모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어머니를 통해 회사로부터 교수직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검은 패딩 코트 차림으로 법정에 선 김씨는 “박 사무장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어떠한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검찰에 위증한 적도 없다”며 “예전처럼 회사에서 일할 자신도 없다. 명예라도 꼭 회복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증인에 한마디 하라는 재판부의 주문에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본인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고 답했다.
박 사무장은 이날 법원의 증인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아 다음 공판에 재소환됐다. 결심이 이뤄지는 3차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30분 열린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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