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쏟아야 열정이다. 청년은 단지 착취될 뿐이다. 경험이 미끼다. 공짜 노동력을 꾄다. 왜 모르겠나. 한데 과로해야 겨우 먹고 사는 나라다. 사색은 사치다. 불온이 싹틀 리 없다.
“세상의 문제점에 대해 연구하고, 개선을 위해 실천하는 단체, 소위 ‘수익사업’과는 성격이 먼 단체는 우리 사회의 빈틈을 채워준다. (…) 이런 맥락에서 특정 영역에서의 자원봉사는 필요하다고 보고, 자원봉사와 ‘열정 착취’는 구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정 착취’의 핵심은, 수익을 내고 있는 단체가 사회초년생들에게 과중한 시간 동안의 봉사를 ‘강요’했다는 점이다.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며 최저시급을 한참 밑도는, 사실상 보수라고 할 수 없는 돈을 주고, 과중한 노동을 요구하며, 심지어 인격적 대우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이런 비윤리성은 피착취자가 자신들과 함께하는 경험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을 것이라는 착각,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의 태도, ‘너 아니고도 이거 할 사람 많아’ 식의 배짱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 극심한 경쟁과정을 통과해야 취직이 가능하기에,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남들과 다른 ‘경험 스펙’을 쌓는 것에 몰두하도록 내몰린다. 게다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그에 대한 열정이란 것은 항구적일 수 없다. 열정을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은 자기결정권·자기주도성에서 나온다는데, 열정 착취 노동 중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업무는 적다. (…) 갑을관계가 아닌 평등한 우애의 관계 속에서 자기주도적인 일들을 벌이는 것은 좀 더 지속적인 열정을 보장한다. 문제는 상업적 성취를 거두는 사례가 희박하고, 심지어 금전적 손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래도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생각하면 마음 편할 수도…. (…) 슬픈 것은, 이런 시도조차 사치로 느끼는 청년이 한국사회에 많다는 거다. (…) 많은 청년이 각종 부채와 불안정한 미래를 볼모로 겁박당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는 대학등록금이 무료에 가깝고, 재취업 교육을 국가에서 무상에 가깝게 보조하며, 과로하지 않아도 일자리의 보전이 가능한 사회민주주의 국가가 부러워진다. 사회민주주의 국가인 스웨덴과 네덜란드에서 현지인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며, 일상의 여유를 누리고, 각종 단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이들을 자주 목격했다. 이는 사회의 빈틈을 채우는 단체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국민의 권리와 평등에 대한 요구를 활발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 이것이 진짜 민주주의 아닌가? 설마,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국가는 국민을 그렇게 겁박하며 과로하게 하는 것인가?”
-‘열정착취’(경향신문 ‘세상읽기’ㆍ최서윤 격월간 ‘잉여’ 편집장) ☞ 전문 보기
“5년 전만 해도 대학생들 대부분이 ‘열정페이 받고 인턴하기’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는데 최근에는 이것이 새삼 문제가 되고 있다. 무급 혹은 무급에 가까운 소정의 보상만 제공하는 회사들은 말한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자체가 당신들에게 스펙이 될 것이고 이곳의 유능한 인재들과 일하며 안목과 실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이것이 열정페이다. (…) 열정페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대가 지불’에 대해 무딘 우리의 민낯을 보여 준다. 사용자는 젊은 인력의 노동력에 합당한 대가 지불을 피한다. 채용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로서 내가 가진 가치와 그동안 쌓은 실력에 대한 보상을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한다. 자존감을 버리고 기업에 ‘간택’되길 바라는 수동적인 태도가 열정페이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청년들의 반항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경험이 곧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박봉 혹은 무급에도 열심히 일했던 청년들이 악덕 기업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간택되어야만 살아남는 ‘을’의 위치에 머물지 않고 나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겠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SNS를 중심으로 청년들의 외침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열정페이(동아일보 ‘지금 SNS에서는’ㆍ김수연 정책사회부 기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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