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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폭주… 우리가 왜 이렇게 사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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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폭주… 우리가 왜 이렇게 사냐구요?

입력
2015.01.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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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학교서 내몰린 아이들의 이야기… 그저 들어 주기만 한 13편의 인터뷰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주원규 지음 다른 발행ㆍ192쪽ㆍ1만2,000원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주원규 지음 다른 발행ㆍ192쪽ㆍ1만2,000원

성장통 만으로도 청소년기를 지나는 일은 힘겹고 또 힘겹다. 여기에 가난이나 폭력 같은 외부 요인까지 더해지면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는 목사이자 소설가인 작가가 청소년 복지센터나 대안학교, 교회의 작가 직업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인연을 맺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열세편의 인터뷰로 엮은 책이다. 학교와 가정, 사회로부터 밀려나와 길 위에 선 아이들의 이야기가 날 것 그대로의 언어로 전달된다.

소년원에서 만난 우림이는 폭력을 휘두르던 아빠를 피해 도망가던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자 자포자기한 아빠 밑에서 동생 셋을 먹여 살리려 유흥업소 삐끼 일을 하다 취객과 얽혀 폭력 혐의로 소년원에 입소했다. 현태는 여동생을 성폭행해 전자발찌를 찬 아빠와 함께 살면서도, 성폭행의 충격으로 집을 나간 여동생과 엄마의 생계를 위해 일한다. 현태는 아빠가 죽도록 밉지만 그렇다고 가족을 어떻게 버리냐며 되묻는다.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를 그래도 낳고 싶다는 율미, 초등학교 6학년 때 집을 나와 PC방을 전전하고 지하철 밥차에서 배를 채우는 진우, 문맹으로 막노동판을 떠도는 열일곱 장수, 중2때 가출해 성매매로 돈을 버는 도희처럼 다 자라지도 못한 채 정글 같은 세계로 내던져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저릿하다.

부모나 교사의 몰이해는 아이들을 더 아프게 한다. 머리에 불을 지르고 옷을 찢는 등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주은이는 믿었던 선생님마저 그저 아이들과 잘 지내라며 외면하자 그 앞에서 손목을 그어 버렸다. 하지만 그 결과 주은이는 학교에서 잘렸다. 또래 아이들로부터 육체적ㆍ성적ㆍ정신적 고문을 당한 성주는 사회에 나가면 그보다 더한 일을 겪어야 하니 지옥 같은 학교라도 무조건 참고 다니라며 다그치는 아버지를 견디는 게 더 힘들다. 부모 모두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이며 외고에 다닐 정도로 성적도 뛰어난 원호는 남부러울 것 없는 아이로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스무살이 되면 부모를 죽일 계획을 세운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확신한다.

아픈 엄마와 알코올중독에 무능력한 아빠를 둔 보미는 참가자에게 주는 라면 한 박스를 받으러 교회에서 열린 ‘불우 청소년 돕기 캠페인’이라는 폭력적인 이름의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끼니도 챙기기 힘든 한계상황에서 세살배기 동생을 위탁 시설에 맡기는 게 어떠냐는 작가의 말에 어린 언니는 이렇게 말한다. “알바 뛰는 거 딴 애들도 다 해요. 나만 조금 더 하는 거죠. 가족들한테 쓰는 건데 뭐가 어때서요? 쌤은 아까워요? 난 XX 안 억울해요. 아빠가 좀 재수 없긴 해도 취직 못하는 게 아빠 잘못은 아니잖아요?”

저자는 옆집 살던 살벌한 문신의 폭주족 지후가 죽고 난 후 지후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결심했다. 밤마다 오토바이 폭주를 즐기고 주말이면 여자 친구들을 데려와 난리판을 벌이던 아이는 피하고 싶은 존재였는데 근처 도서관에서 종종 마주친 어느 날 “나도 이런거… 쓰는 거 좋아하는데”하며 살갑게 다가왔다. 그러다 만날 약속까지 잡았는데 아이는 오토바이 사고로 죽고 만다. 그제서야 지후가 배달일로 바빴던 10대 가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출을 한 게 아니라 이혼한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책임지려고 집을 나와 친구들과 살고 있었으며, 주말에 오던 여자 친구들은 여동생들이었다.

저자는 오랜 기간 동안 아이들과 연락을 이어가며 그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줬다. 대책도 방향도 제시해 주지 않은 채 그냥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저자는 일진에게 붙어 비굴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의 자신도 인터뷰 자리에 소환한다. 우리는 한때 괜스레 불안하고 하릴없이 배회하던 청소년이었다. 한 인간으로 성숙하기까지 모두가 부모의 보호 아래서 안락하게 자랄 수만은 없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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