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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영상 통해 떠나는 北 근현대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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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영상 통해 떠나는 北 근현대사 여행

입력
2015.01.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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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 테사 모리스 스즈키 지음ㆍ서미석 옮김 현실문화ㆍ356쪽ㆍ1만8,000원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 테사 모리스 스즈키 지음ㆍ서미석 옮김 현실문화ㆍ356쪽ㆍ1만8,000원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던 도시가 어디일까. 북한의 평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할 테지만, 실제 그랬다. 적어도 100년 전에는 말이다. 1910년 평양 인구 4만 여명 중 5분의 1이 기독교인이었다. 신도 1,000여명이 예배를 볼 수 있었던 감리교감독교회는 계속 밀려드는 이들을 수용하기 버거워 주변 지역에 교회를 39곳이나 새로 세웠다. 세계의 선교사들이 평양을 ‘동양의 예루살렘’이라 부르는 게 무리가 아니었다. 영국의 여행가이자 화가였던 에밀리 조지아나 켐프가 남긴 여행기 ‘만주, 조선, 러시아령 투르키스탄의 얼굴’에 나오는 기록이다. 켐프는 1910년 하얼빈에서 단둥을 지나 신의주, 평양, 개성, 금강산을 둘러본 뒤 다시 중국을 거쳐 임진각, 서울, 부산을 여행하고 이 기록을 남겼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100년 전 영국의 에밀리 조지아나 켐프가 밟은 남ㆍ북한의 여정길을 그대로 밟아간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과거의 심연을 향해 눈을 뜸으로써 현재의 고통과 분단을 넘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 윤곽이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사진은 1910년 켐프의 여행길. 만주를 거쳐 신의주, 평양, 서울, 부산, 원산, 금강산으로 이어진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100년 전 영국의 에밀리 조지아나 켐프가 밟은 남ㆍ북한의 여정길을 그대로 밟아간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과거의 심연을 향해 눈을 뜸으로써 현재의 고통과 분단을 넘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 윤곽이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사진은 1910년 켐프의 여행길. 만주를 거쳐 신의주, 평양, 서울, 부산, 원산, 금강산으로 이어진다.

그로부터 100년 뒤, 그녀의 발길이 닿았던 여행지들, 특히 남ㆍ북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켐프의 여정 그대로를 밟아가는 독특한 여행을 테사 모리스 스즈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태평양아시아학부 교수가 감행한다. 스즈키는 경제사뿐 아니라 탈근대와 탈식민지화의 관점에서 민중의 기억과 경험을 녹여내는 역사 연구로 저명한 학자다. 그가 100년의 시차가 있는 과거와 현재,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남과 북을 오가는 독특한 여행기를 완성했다.

2010년 저자가 간 동양의 예루살렘에도 여전히 개신교회가 있었다. 특별한 행사 때에는 김일성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성가대가 찬송도 부른다. 김일성 주석이 평양의 외곽 칠골에 생모를 기리며 그녀가 다닌 교회를 본 따 만들었다는 칠골교회에서 말이다. 저자는 이 풍경을 보며 의문에 빠진다. “공공연한 무신론 국가의 심장부에 있는 이 기묘한 존재는 도저히 대답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은 질문들을 자아낸다. 왜 김일성은 혁명사적지 한가운데에 어머니의 교회를 재건한 것일까? 김일성대학 학생들은 기독교 찬송가를 부르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할까?”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100년 전 영국의 에밀리 조지아나 켐프가 밟은 남ㆍ북한의 여정길을 그대로 밟아간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과거의 심연을 향해 눈을 뜸으로써 현재의 고통과 분단을 넘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 윤곽이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사진은 저자가 2010년 북한 평양의 주체사상탑에서 찍은 대동강과 평양 시가. ⓒ테사 모리스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100년 전 영국의 에밀리 조지아나 켐프가 밟은 남ㆍ북한의 여정길을 그대로 밟아간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과거의 심연을 향해 눈을 뜸으로써 현재의 고통과 분단을 넘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 윤곽이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사진은 저자가 2010년 북한 평양의 주체사상탑에서 찍은 대동강과 평양 시가. ⓒ테사 모리스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100년 전 영국의 에밀리 조지아나 켐프가 밟은 남ㆍ북한의 여정길을 그대로 밟아간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과거의 심연을 향해 눈을 뜸으로써 현재의 고통과 분단을 넘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 윤곽이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사진은 저자가 2010년 북한에서 촬영한 평양시내의 아파트 단지. ⓒ테사 모리스 스즈키
테사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100년 전 영국의 에밀리 조지아나 켐프가 밟은 남ㆍ북한의 여정길을 그대로 밟아간다.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과거의 심연을 향해 눈을 뜸으로써 현재의 고통과 분단을 넘어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그 윤곽이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썼다. 사진은 저자가 2010년 북한에서 촬영한 평양시내의 아파트 단지. ⓒ테사 모리스 스즈키

저자가 본 북한의 현실에는 남한의 독재가 포개지기도 한다. 북한은 가장 가난하면서도 악명 높은 강제노동수용소 요덕이 있는 북동쪽 지역을 철저히 감춘다. 저자는 “수감자들이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돼 고문, 공개처형, 성폭력, 심리적 학대를 당하는 수용소 근처의 어느 곳에도 우리의 접근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1970년대 자신이 찾았던 남한을 떠올린다. “남한의 정치범들이 수용돼 있던 감옥은 오늘날 북한의 감옥과 비슷하게, 넓지 않다. 어떤 면에서 오늘날 북한에 대한 나의 감정은 박정희 시절의 남한을 처음 방문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바로 정권의 본성에 느끼는 절망감과 좁은 공간에 갇혀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은 채 어떻게든 살아내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다.”

이방인으로서 체험한 분단의 현실에 서글픔도 느낀다. 북한에서 군사경계선 너머 남한을 바라본 지 일주일 뒤, 저자 일행은 휴전선의 남측에 선다. “만약 차를 타고 곧장 갔더라면 고작해야 10분 밖에 안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곳에 오기 위해 800킬로미터를 자동차와 기차로 하얼빈에 간 뒤 다시 그 정도 거리를 비행기로 날아왔다.” 군사경계선 남측과 북측에서 각각 저자가 만난 또래의 여성 가이드는 한 사람은 흠 잡을 데 없는 영국식 영어를, 또 다른 이는 완벽한 미국식 억양을 구사한다.

과연 북한의 현재를, 책으로나마 여행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최근 재미동포 신은미씨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때문에 강제 출국 당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책의 우수문학도서 자격을 취소했다. 저자는 이런 논란에 해답의 실마리가 될만한 생각을 남겼다. “소통이 불가능하다며 일부 국가들을 상종하지 않으려 한다면, 갈라진 틈 사이로라도 엿보려고 시도조차 않는다면, 가장 억압적인 사회를 에워싼 복잡한 문제와 모순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마음속 이미지로 ‘불량 국가’를 만들어내고 거의 틀림없이 잘못된 해결책들을 생각해내게 될 것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저자가 공개하는 책 밖의 이야기, 직접 촬영한 남ㆍ북한 여행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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