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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덕분과 때문

입력
2015.01.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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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맨 처음에 하는 말은 대략 이렇다. ‘덕분’은 은혜나 도움을 받았을 때, 상대의 손을 맞잡는 순간에서 오는 온기로부터 나오는 말이다. 덕은 베푼 자도, 그 덕을 보는 자도 기분 좋은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덕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당신 덕분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다 너 때문이야!” 반면,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이 낮은 자리로 내려올 때 하는 말은 대략 이렇다. ‘때문’은 탓을 돌리는 데 주로 활용되는 말로, 상대의 손을 뿌리치는 순간에서 오는 냉기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때문을 말하는 자도, 때문의 대상이 되는 자도 기분 나쁘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왜?”라는 물음을 끌고 오는 것도 때문이다.

덕분과 때문은 비단 정치적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둘은 우리의 실생활과 가깝게 맞닿아 있다. 가령, 나 같은 경우는 인터넷 덕분에 이런저런 잡문 쓰기가 편해졌음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터넷 때문에 글쓰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음악도 듣고 싶고 기사도 읽고 싶고 남들이 지금 뭐 하고 있는지도 알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덕분이 때문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덕분과 때문의 대상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지만, 속을 들추어보면 실제로 이 말은 나를 향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의 덕분이라고 말하기에는 쑥스럽고 나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창피한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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