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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절약한 에너지, 소외된 이웃의 따뜻한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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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절약한 에너지, 소외된 이웃의 따뜻한 희망으로

입력
2015.01.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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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에너지 복지 플랫폼' 시민들이 현금·현물로 기금 조성

정부·지자체·지역 NGO 협력, 집수리 통한 주택 효율화도 도움

재능(보일러 수리) 기부에 나선 '사랑의 보일러 나눔' 봉사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홍모씨의 집 보일러를 교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재능(보일러 수리) 기부에 나선 '사랑의 보일러 나눔' 봉사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홍모씨의 집 보일러를 교체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 관악구 보라매동에서 홀로 중ㆍ고생 아이들 3명을 키우는 홍모(48ㆍ여)씨는 얼마 전까지 보일러 때문에 시커멓게 속을 태워야 했다. “10년도 넘은 보일러가 고장 났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는데도 집주인은 그냥 집을 비우라는 건지 들은 체도 하지 않더라고요. 따뜻한 물이 안 나와 제대로 씻지도 못해 제 돈으로라도 바꿔볼까 알아봤죠. 보일러 구입비랑 설치비를 합해 50만원은 들어간다는데, 하루 하루를 버티고 사는 우리한테 그럴 여유가 어디 있어야죠.”

사연을 들은 서울시는 지난달 29일‘행복한 방 만들기’사업을 통해 협찬 받은 보일러를 홍씨에게 선물했다. 15만원 가량 드는 보일러 설치도 시에 등록된 재능 기부 봉사자가 무상으로 해줬다. 홍씨는 “요금 걱정에 마음껏 쓸 수는 없지만 새 보일러를 보는 것 만으로도 따뜻해지는 것 같아요”하며 웃었다.

에너지 빈곤층을 돕는 일에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기업체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정된 재원에 일정 수준의 수혜대상을 유지해야 하는 등 여러 허점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 복지정책을 보완하는 차원의 활동들이다.

그러나 에너지 복지에 대한 민간활동은 물론 지자체별 활동과 관련한 통계가 이뤄진 게 없다. 관련 현황이 파악되지 못하니 중복수혜나 단발성 지원 후 관리소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복지 제도 개선에 정부와 지자체간 협력체계 구축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 복지와 같은 대민 활동에서 정부보다 한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 좀 더 부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올해 환경 관련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에너지 복지 플랫폼’구축도 이 같은 논리에서 출발한다.

시민 힘으로 메우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

에너지 복지 플랫폼은 시민 스스로 에너지 절약과 생산 등을 통해 절감된 비용을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에너지 효율화에 투자하도록 하는 지원모델이다. 시민들 스스로 현금과 현물 등의 형태로 에너지시민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웃들에게 나누는 방식이다.

시는 에너지 복지 플랫폼 구축을 통해 ▦에너지절약 ▦환경개선 ▦복지효과 ▦고용창출이라는 1석 4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시민들이 기금 조성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이 개선되고, 절약한 에너지 등으로 모은 시민기금이 저소득층에 주택효율화 공사 등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수혜자는 복지효과를, 집행자는 고용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복지 플랫폼 사업의 첫 단추로 기부접수처가 이달 마련됐다. 공공기관이 기금을 운용할 수 없는 특성에 따라 에너지 복지 플랫폼의 기부접수는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가 전담하게 된다.

내달에는 사업의 손발 역할을 하게 되는 ‘에너지복지 플랫폼 시민위원회’가 구성된다. 2020년까지 시민위원 15만명 확보가 목표다. 시민위원은 직접 현금이나 마일리지 등을 통해 에너지시민기금에 기부하는 개인과, 관련 LED 전구 등 현물을 무상 지원하는 기업체나, 집 수리 등에 참여하는 봉사자 등을 총망라한다.

LED조명 전문업체 후지라이테크의 이영복 상무는 “시민위원 모집 전에 이미 LED 조명등 1,000개(1,000만원 상당)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과 에너지 복지의 이미지가 맞아 떨어져 고민 없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체계화된 미국의 저소득층 주거 복지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연료 지원만큼이나 집수리 등을 해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집수리 등 주택효율화사업이 12~13% 가량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는 효과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도시가스 요금으로 환산하면 가구 당 연간 약 22만원에 이른다.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웨더라이제이션 지원 프로그램(WAPㆍWeatherization Assistance Program)은 1976년 시행 이래 지난해까지 약 600만 이상 가구의 에너지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WAP은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지역 NGO들의 유기적 결합을 통한 지원체계를 갖췄으며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정부와 석유회사들로부터 안정적인 재원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연간 100만 가구 혜택을 목표로 50억 달러를 투여하는 내용의 경기보호법을 통과시키며 WAP 사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이와 비교해 국내의 지원 체계는 무관심과 인력부족 등으로 매우 수동적인 형태를 보이며 효율성이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정적인 지원체계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WAP 사업의 지역사업체는 대부분 민간비영리단체(NPO)로, 전국적으로 약 1,000개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민간단체의 유기적인 모습은 국내에서 본받을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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