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보유출 집단소송 법정 선 원희룡 제주지사 "높은 법의 문턱 실감"
"피고(카드사 및 금융당국)가 훨씬 쉽게 처리할 수 있는데 형식적 입증책임만 따지고 들면서 수만명의 피해자들에게 피해 사실을 입증할 것을 요구해 과중한 부담이 발생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KB국민카드, 금융감독원 등을 상대로 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선정당사자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해 피고 측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 오영준) 심리로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원 지사는 "카드사로부터 피해 사실을 통보받은 2만3,000여명의 원고들이 전산자료를 캡처하고 취합해 재판부에 내는 과정 자체가 어마어마한 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집단소송 절차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원 지사는 "카드사 측이 직접 피해자들의 전산자료를 정리하면 비용도 적게 들고 빠른 시간 안에 확인할 수 있는데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이런 방식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피고 측 변호인은 "유출된 개인 정보가 1건인지 10건인지 피해자마다 다르고 위자료 산정도 달라지기 때문에 원고 측이 입증해야 한다"면서도 "원고 측이 이후 제출한 자료를 보고 (피고 측 자료를 이용해) 입증 가능한지 판단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재판부는 4월 2일로 잡힌 다음 변론기일에서 원 지사 측의 자료를 검토할 예정이다.
검사 생활을 마치고 정계에 입문한 후 15년여 만에 처음 법정에 섰다는 원 지사는 "시민들에게 법의 문턱이 높다는 말을 듣기만 했는데 새삼 실감했다"며 "젊은 변호사들과 함께하기로 약속 한만큼 책임감을 갖고 소송에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2월 초임 변호사 10여명과 함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소송인단을 모집한 후 인지세 외 수임료를 받지 않고 피해자 1인당 100만원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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