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자료 수서署 전달 말라' 지시… 대선 사흘 전 중간수사 결과 발표
"특정후보 지지 등 의도 입증 안 돼" 檢 공소유지 의지 다시 논란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9일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를 축소ㆍ은폐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김용판(57)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불법 선거운동으로 보기에는 입증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대선 직전 허위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됐다.
김 전 청장은 2012년 12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컴퓨터를 증거 분석한 자료를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팀에 전달하지 말라고 한 것, 대선 사흘 전 이 컴퓨터에서 대선개입 의혹이 나오지 않았다는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지시한 것 등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대법원은 “특정 후보자를 반대 또는 지지하려는 의도로 피고인이 지시를 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위한 보도자료 등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것일 뿐 그 행위의 대상이 ‘특정 후보자나 후보자와 동일시될 수 있는 자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원심이 판단한 것은 선거법에 비춰 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이 부분에 대한 입증이 없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1, 2심도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유력한 간접증거로 권은희 전 수서서 수사과장의 진술을 제시했지만,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고 진술 상호 간 모순이 없는 다른 (경찰 측) 증인들의 진술을 모두 배척하면서까지 믿을 만한 특단의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이로울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성, 계획성, 능동성이 인정되지 않아 선거운동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에 대해 1, 2, 3심이 일관되게 혐의 입증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검찰의 공소유지 의지가 다시 지적됐다.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적용, 국정원 직원 체포 등을 놓고 법무부 및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고,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대구고검 검사)과 팀원들은 지방으로 대거 좌천됐다. 이후 공안검사 중심의 후임 특별팀이 공소유지를 담당해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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