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거짓 증언' 증거 없어… 권 "참담하고 답답" 심경 밝혀
김용판(57)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29일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되면서 김 전 청장의 수사외압 의혹을 제기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41ㆍ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의원의 위증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권 의원은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부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법원이 김 전 청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오히려 수사대상이 됐다.
검찰은 이미 권 의원의 법정진술 기록을 분석하는 한편 당시 수사라인에 있던 경찰관들을 불러 조사를 마쳤고, 조만간 권 의원의 소환 여부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 의원에 대한 수사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지난해 7월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로부터 김 전 청장의 형사처벌을 끌어내기 위해 법원에서 일부러 위증을 했다는 혐의(모해위증)로 고발됐으며,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동주)가 수사를 진행해 왔다.
권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결 취지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법원이 권 의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을 최종적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진술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의원이 다른 증인들과 배치되는 진술을 법정에서 했고,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과 다른 허위진술을 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하지만 권 의원에게 위증죄를 물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위증의 죄를 묻기 위해서는 권 의원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 외압 의혹을 증언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권 의원은 “김 전 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국정원 직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보류하고 종용하는 등 수사 외압을 가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원은 이에 대해 권 의원의 증언이 다른 사람들과 말이 다르다고 했을 뿐, 사실이 아니라고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현재까지는 권 의원이 거짓말을 했다고 할 명백한 증거는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검찰은 동료 경찰관들을 상대로 서울청과 김 전 청장의 수사에 대한 의견이 권 의원에게 어떤 경로로 전달이 됐는지, 객관적인 정황상 수사 외압이 아니었다는 걸 권 의원이 알았는지 등 당시 상황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쪽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권 의원의 진술을 위증으로 처벌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권 의원의 진술을 주요 근거로 김 전 청장을 기소까지 했던 검찰이 이번에는 그 진술이 의도된 거짓말이었다고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권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참담하고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명백히 중간수사결과 발표내용과 (최종) 수사결과가 다름에도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 사법부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판단하는지 답답하다”며 “다행히 저에 대한 보수단체의 모해위증 진정 건이 있고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 역시 진행 중인 만큼 이 모든 게 끝날 때에는 누구도 감히 진실을 숨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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