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배상문(29ㆍ캘러웨이골프)은 마음이 복잡하다. 병무청에서 국외 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하면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는 병무청의 판단이 옳은 것인지 최근 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배상문은 28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소송은 병역 기피도, 입대 거부도 아니다”며 “국외 여행 기간 연장을 위해 재판을 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배상문은 2013년부터 미국 영주권을 얻고 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 기간을 연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병무청은 배상문의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한다고 통보했고, 이 기간이 만료되는 이달 말까지 귀국할 것을 요구했다.
병무청은 최근 1년 동안 배상문이 국내에서 133일 이상을 머물렀다며 국외거주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국외 여행 연장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배상문은 국외여행 기간 연장을 불허할 이유가 없다면서 16일 대구지방법원에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배상문은 영주권 취득 과정과 미국 내 생활 등 근거 자료를 제출해 병무청의 주장을 반박 중이다.
배상문은 최근 지인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배상문은 올해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2014~15시즌 PGA 투어 개막전인 프라이스 닷컴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선수 생활을 좀 더 한 뒤 병역 의무를 마치고 싶은 마음이다.
배상문은 “군대를 안 가겠다는 것도 아니다. PGA 투어에서 뛰는 것도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병무청의 판단이 옳은 지 법의 판단을 받고 싶었다. 당분간만 군 입대를 연기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여론이 병역 기피로 비쳐지는 것도 아쉬워했다. 내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배상문은 “올해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은 병역 혜택 사항이 없다. 내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프레지던츠컵과 올림픽에서 뛰라는 보장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상문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서 열리는 PGA 투어 대회에 계속 출전할 계획이다.
배상문은 “법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골프만 생각하겠다. 분명한 것은 병역을 기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고, 국외 여행 연장 허가를 받아 좀 더 PGA 무대에서 뛰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병무청을 상대로 한 행정 소송의 최종 결과가 나온 뒤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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