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볼 하프타임 쇼의 경제학

수퍼스타 경연장이 된 무대

캐스팅은 인기 순이 아니다?

가수 스티비 원더(왼쪽)가 지난 2006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수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조스스톤(가운데)과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 ●디트로이트=AP연합뉴스

지난해 2월2일 미국 전역은 떠들썩했다. 국민 대부분이 텔레비전 앞에 모였다. 하룻동안 5,500만잔의 맥주를 마셨다. 치킨과 피자도 불이 나게 팔렸다. 추수감사절 다음으로 음식을 가장 많이 소비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 풋볼의 결승전(수퍼볼)이 열린 날이었기 때문이다.

수퍼볼이 열리는 날은 명절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만 5억5,000만달러의 경제 효과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은 광고를 내기 위해 ‘쩐의 전쟁’을 펼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30초 분량 광고비는 400만 달러였고 수퍼볼 평균 시청자수는 1억840만명이었다.

미국 대중음악계도 수퍼볼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경기 2쿼터와 3쿼터 사이의 하프타임 쇼가 펼쳐지는 12분은 금맥이다. 스탠드를 채운 관중만 8만명이다. 여느 대형 콘서트에서도 달성하기 힘든 숫자다. TV로 만나는 대중은 그 이상이다. 미국을 넘어 180개 국가에 중계된다. 수퍼볼 하프타임 쇼가 세계 최대의 무대인 셈이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하프타임 쇼에 더 집중된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지난해 덴버 브롱크스와 시애틀 시호크스의 수퍼볼 경기 시간 내내 평균 시청자수는 1억1,150만명이었다. 가수 브루노 마스가 무대에 올랐을 때는 시청자수가 1억1,530만명이었다.

하프타임 쇼 출연은 종종 잭팟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수퍼볼 공연’을 마친 뒤 마스의 최신 앨범 ‘언오소독스 주크박스’의 판매량은 전주보다 180% 늘었다. 2013년의 주인공 비욘세의 앨범 ‘4’도 123%나 더 팔렸다. 2012년 무대에 오른 마돈나는 앨범 카탈로그 판매량만도 410% 급증했다. 수퍼볼 이후 콘서트에서 비욘세는 2억1,200만달러를, 마돈나는 3억500만달러를 각각 벌어들였다. 수퍼볼 하프타임 쇼 효과였다. 수퍼볼이 대중음악계의 막후 실력자라 할만하다.

수퍼볼의 하프타임 쇼는 1967년부터 시작됐다. 시청률과 광고비 증가에 기여했다. 하지만 한동안 안일했다. 지명도는 있으나 대중을 흥분시키기엔 부족한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하프타임 쇼의 맹점을 놓치지 않았다. 1992년 글로리아 에스테판이 쇼를 펼칠 때 폭스TV는 인기 코미디 ‘인 리빙 컬러’를 임시 편성해 방송했다. 수퍼볼을 패러디한 내용이었다. 2,200만명이 하프타임 쇼 때 폭스TV로 채널을 돌렸다.

수퍼볼을 주최하는 미국프로풋볼리그(NFL)는 위기감을 느꼈다. 1993년 마이클 잭슨을 긴급 투입했다. 수퍼볼 시청률이 이전 해보다 8.6% 뛰었다. 하프타임 쇼의 시청률은 후반(3,4쿼터)으로 이어졌다. 빅스타의 힘이었다. 잭슨의 성공으로 하프타임 쇼는 대형 스타들의 경연장이 됐다. 브루스 스프링스턴과 폴 매카트니, 프린스, 롤링스톤스 등이 수퍼볼을 빛냈다. 수퍼볼은 왕별들의 유명세에 기대고 스타들은 수퍼볼의 파급력에 의지하는 공생관계가 형성됐다. 가수들의 경합이 치열해지면서 NFL에 돈을 내고 하프타임 쇼 출연권을 따낸다는 소문까지 떠돈다.

비틀즈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가 지난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하프타임 쇼 출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던 중 미식축구공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잭슨빌=AP연합뉴스

단지 인기만 있다고 NFL의 낙점을 받을까? 2004년 자넷 잭슨의 가슴노출과 지난해 랩퍼 M.I.A의 손가락 욕 사고를 치른 NFL의 눈높이는 꽤 높다. 1일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열릴 올해 수퍼볼의 하프타임 쇼 주인공은 케이티 페리다. 2008년 ‘아이 키스드 어 걸’과 ‘핫 엔 콜드’로 차트 정상을 차지한 인기 가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만 추종자 6,380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유명 가수인데도 페리는 “내 꿈을 넘어선 듯한 기분”이라며 감격해 하고 있다.

NFL이 페리를 선정한 이유는 뭘까. “건전하고 젊은 이미지를 지닌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로이터통신은 “NFL이 스프링스틴과 매카트니처럼 베이이붐 세대가 좋아할 가수보다 젊은 가수로 승부를 걸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젊은이와 여성에게 풋볼의 인기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페리의 ‘로어’와 ‘파트 오브 미’는 여성의 힘을 강조하는 가사들을 담고 있다. 부모들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야후 페어런팅’의 편집국장 린제이 파워스는 “페리는 아주 잘나가는 가수는 아니나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쇼를 보기에 편안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타임은 지난해 약혼녀 폭행 장면이 공개돼 물의를 빚었던 풋볼스타 레이 라이스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NFL의 의지도 페리 선정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제 아무리 인기 많은 가수 레이디가가라도 수퍼볼 무대에 오르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