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북부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의 두개골이 현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의 아프리카로부터 이주 과정과 호모사피엔스 파생 초창기 모습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고 있다. 가디언은 29일 이 두개골의 발견으로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성관계를 가졌던 고대 밀회 장소의 위치가 밝혀질 것이라 보도했다.
이스라엘 갈릴리 지방의 서쪽 동굴에서 발견된, 5만5,000년 전에 살았던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두개골은 호모사피엔스가 처음으로 거기에 정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호모사피엔스는 최소 6만년 전 아프리카로부터 건너왔지만, 유럽의 척박한 기후 때문에 대략 4만5,000년 전까지 호모사피엔스가 유럽 대륙에 자손을 퍼뜨리지 못했다. 그 두개골은 호모사피엔스가 레반트(팔레스타인, 시리아, 레바논 등이 있는 지역)에 다다라서 후일 유럽의 추운 기후가 온화해졌을 때, 그 대륙을 정복할 후손들을 낳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텔아비브 대학의 이스라엘 허쉬코비츠 박사 두개골의 얼굴 부분과 턱은 없지만 굉장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해부학적으로 그 두개골은 의심할 바 없이 유럽의 크로마뇽인의 것과 닮았고, 약간의 아프리카인들의 특징도 남아있다. 그는 “정말 놀랍다. 이 두개골은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최초의 표본이다.”라고 밝혔다.
고고인류학자들은 갈릴리 서부의 한 동굴 곁방의 선반 모양의 지층에서 두개골을 발견했다. 두개골이 있던 마놋 동굴은 인근 마을을 위한 하수도 공사를 하던 중 불도저가 지붕을 깨뜨려버리는 바람에 우연히 발견됐다. 고생물학자들은 그 구멍으로 들어가 20m 깊이와 50m 너비, 그리고 100m 정도의 동굴을 찾아냈다. 허쉬코비츠는 이 발견에 대해 “우리는 구멍으로 들어가자마자 이것이 선사시대 원시인들이 오랜 시간 거주했던 동굴임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이 동굴의 입구가 3만년 전에 붕괴되는 까닭에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아 얼어버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곳에서 현 인류와 (그들이 식사로 먹었을)영양의 뼈들을 더러 발굴됐지만, 이번 두개골은 동굴에서 찾아낸 것들 중 가장 오래된 사람의 유골이다. 그 두개골이 어떻게 선반 모양의 지층 위에 올려졌는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동굴 안에 물이 범람한 뒤에 일부만 남은 것이라거나 동굴에 살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것을 올려놨을 가능성이 있다.
고고인류학자들은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 두개골의 연대를 어떤 이유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이미 살고 있는 지역에 호모사피엔스가 들어온 5만5,000년 전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발견된 두개골과 동시대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은 마놋 동굴에서 동쪽으로 24마일 떨어진 아무드 동굴과 남쪽으로 30마일 떨어진 케브라 동굴에서 발견됐다.
5만~6만년 전에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들은 마놋 동굴 주위의 땅을 공유했고, 지금의 갈릴리 지방에서 이종 교배를 해 약간의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진 인류들을 낳은 것이다. 허쉬코비츠 박사는 이에 대해 “마놋 동굴은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성관계를 갖기 아주 좋은 장소”라며 “우리가 연구한 인류들 중 마놋 동굴에 살았던 인간들만이 유일하게 오랜 시간 동안 땅을 공유해왔다”고 말했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공존은 극히 드문 일이다. 고고인류학자들은 대다수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해 결국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다고 믿어왔다. 영국 런던의 자연사박물관 크리스 스트링어 관장은 “호모 사피엔스가 6만년전 아프리카에서 대이주했다는 가설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 마놋 동굴”이라며 “이번 두개골 발견은 대이주의 정확한 지역과 시기를 밝혀줄 더 완벽한 표본 발굴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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