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달궜던 담뱃값 인상은 결국 2,000원 인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에는 담배를 미리 사는 사람들로 편의점의 판매대가 텅 비는 풍경이 연출됐다.
필자는 담뱃값 인상이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담배는 건강을 해치는 습관임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단일질환으로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뇌혈관 질환이다.
대한신경과학회가 대규모 메타연구와 전향적 연구를 분석한 결과,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뇌졸중 발병률이 2배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새로운 대국민 공공 캠페인도 ‘흡연은 뇌졸중 발병률을 3배 늘릴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놓았다.
흡연은 동맥 내막을 손상하고,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면서 혈관을 막히게 하는 죽상(粥狀)경화증과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로 인해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졸중이 발병한다. 실제 금연할 때 1년 이내 뇌졸중이 생길 위험도가 절반으로 감소한다. 5년이 지나면 비흡연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뇌졸중은 발병 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는 질환으로 합병증 중 가장 흔한 것이 운동 장애이다. 특히 팔다리 기능이 손상되면 세면하기, 옷 갈아입기 등의 일상생활 동작 수행 능력과 사회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도 큰 부담이 되므로 조기에 재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뇌졸중 후 마비된 기능이 회복되면서 근육 경직이 생기는데 이는 운동 능력의 회복을 막고 통증과 관절의 구축을 야기하는 등 뇌졸중 환자의 일상생활 동작 기능 회복과 삶의 질을 방해하는 주요한 합병증이다.
근육 경직 치료법에는 약물 복용, 수술을 비롯한 여러 방법이 있다. 관절 운동, 자세 교정, 스트레칭과 같이 매일 수 차례 반복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과 더불어 증상 정도에 따라 전기 치료, 운동 치료 등 기존 치료와 보툴리눔 톡신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보툴리눔 독소 치료는 전신적으로 작용하는 먹는 약물이나 침습적인 수술과 비교했을 때, 경직을 유발하는 특정 근육에만 약물이 투입되므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가 경제 문제를 들어 치료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디톡신 같은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된 국산 제품이 나오면서 환자의 재정 부담이 덜고 의료진은 치료 선택 폭이 넓어졌다.
이처럼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소 건강 관리를 통해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사회활동에 큰 타격을 주는 심각한 질병인 뇌졸중, 금연으로 쉽게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한은영 제주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