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혁신성 평가 결과 공개, 신한이 1위…외국계는 최하위
임직원 성과급에 평가 결과 반영, 신ㆍ기보 출연금도 차등화하기로
소매금융에 불리…대형은행 유리
"기술력 있는 중기 지원 이해하지만 영업 특서 무시한 줄세우기" 반발
정부가 기술금융 실적 지표로 신설한 은행 혁신성평가에서 신한은행이 시중은행 중 1위, 외국계인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당국은 반기마다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은행 임직원 성과급에도 반영할 방침이지만, 은행들은 “은행의 자율성과 영업 특성을 무시한 줄세우기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올해 첫 금융혁신위원회 회의를 열고 시중은행 8곳, 지방은행 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혁신성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시중은행에선 신한은행이 100점 만점 중 82.65점으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76.80), 하나은행(72.70)이 뒤를 이었다. 반면 이들 은행과 함께 ‘빅4’로 꼽히는 국민은행(59.40)은 6위로 저조했다. SC은행과 씨티은행은 50점 이하로 7, 8위였다. 지방은행 중에선 부산은행(79.20), 대구은행(76.70) 순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본격적인 은행 혁신성평가를 통해 아이디어와 기술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금융권에 확고히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당국은 혁신성평가 결과를 은행권 성과보상체계에 반영할 방침이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금융혁신위 회의에서 은행장 이하 모든 임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에 기술금융 관련 평가항목을 신설하는 내용의 성과평가 개선안을 보고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KPI에서 기술금융이 차지하게 될 비중은 3% 내외. 성과급 액수에 상당한 변동을 가져올 만한 수준으로, 은행장의 경우 기존 성과급보다 최대 12%를 더 받거나 못 받을 수 있다.
당국은 또 이번 평가 결과에 따라 은행의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출연료와 정책자금 공급 규모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신ㆍ기보 출연료 70억원을 면제받고 중소기업 대상의 온렌딩대출 자금을 105억원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반면 씨티은행과 SC은행은 신ㆍ기보 출연료를 30억~40억원 더 물어야 한다.
공개평가 대상이 된 은행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위권 은행들은 더욱 그렇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기술금융과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됐다가 흐지부지된)녹색금융이 뭐가 다르냐”며 “당국이 대대적으로 순위를 발표하고 직원들 급여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걸 보면 앞으로 더욱 무리하게 정책이 추진될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상위권 은행 관계자도 “기술금융 활성화라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은행들을 줄까지 세워가며 드라이브를 거는 데에는 윗선에 잘 보이고 싶은 고위당국자들의 무리한 욕심 때문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자금력은 부족하되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자는 기술금융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혁신성평가 기준이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에 유리하게 짜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이 이날 공개한 평가 기준에 따르면 기술금융 및 중소기업 대출 실적과 관련된 항목의 배점이 100점 만점 중 26점에 달한다.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은행은 점수를 따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중소기업 대출의 절대 규모를 따지는 항목에 11점이 배당돼 대형은행일수록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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