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자국 조종사를 풀어주면 사형수를 석방할 준비가 됐다고 28일 밝혔다. 그러나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의 석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요르단 관영 페트라 통신은 이날 무함마드 알모마니 공보장관이 “요르단의 입장은 IS가 인질로 잡고 있는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알모마니 장관은 “알카사스베 중위가 안전하게 풀려난다면 요르단 내 수감하고 있는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를 석방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알카사스베 중위는 지난달 24일 전투기 추락으로 IS에 생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나세르 주데 요르단 외무장관은 IS가 제시한 협상 시한에서 1시간이 지났을 때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조금 전에 영웅 마즈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요구했으나 아직 아무 답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IS측은 27일 고토가 알카사스베 중위의 사진을 든 모습과 함께 고토의 음성메시지를 유튜브에 공개하며 “24시간 내 사지다 알리샤위를 석방하지 않으면 일본인과 요르단인 인질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고토는 이 메시지에서 “나의 자유를 막는 장벽은 사지다를 (IS에)넘기는 것을 늦추는 요르단 정부뿐”이라며 “일본 정부가 요르단 정부에 모든 정치적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요르단 정부가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데다 IS가 제시한 협상시간이 종료되자 일본 정부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고토에 대한 요구를 뺀 요르단 정부의 제안이 고토 씨를 구하기 위한 교섭에 미치는 영향이 불투명하다면서 일본 정부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앞서 요르단 현지 언론들이 알리샤위를 석방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보도하자 일본내에서는 고토의 석방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한 요르단 미디어는 알리샤위가 현재 수감된 감옥에서 다른 감옥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고, 일부 언론은 알리샤위가 조만간 자신의 부족에 넘겨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아랍의 온라인 뉴스는 터키의 소식통을 인용, 요르단 조종사 마즈 알카사스베 중위의 고향인 요르단 카라크의 지사가 “수시간 이내에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28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도중 희의장을 빠져나가 총리실에서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질 협상을 둘러싼 큰 진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스가 장관은 이날 오후 “지극히 어려운 상황속에서 요르단 정부에 협조 요청을 해나가겠다”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인질 석방을 둘러싼 협상에 대해 즉답을 회피해 왔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일본 정부 대책 본부를 지휘중인 나카야마 야스히데 부장관은 28일 요르단 정부가 입장을 밝히기 전 “계속 어려운 상황에는 변화가 없고, 현재대로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 진척 사안에 대해 “사안의 성질상 회피하고 싶다”며 “고토씨가 무시히 하루 빨리 귀환할 수 있도록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한편 28일 밤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 앞에서 시민단체 피스보트 회원 등 100여명이 모여 고토의 석방을 호소하는 집회를 가졌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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