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디 셔플'에 세차례 음원 발표… "노래로 사람들 마음 치유하고 싶어"
한국 음악 팬들에게 ‘프롬 디 에어포트(From the Airport)’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마일로(기타)와 지(DJ)가 만나 만든 이 2인조 일렉트로닉 록밴드는 이제 막 정규 1집 ‘유 쿠드 이매진(You could imagine)’을 발표했다. 이 밴드를 먼저 주목한 것은 국내 매체가 아니라 독립음악을 다루는 미국 온라인 포털 ‘인디 셔플’이다. 세 번에 걸쳐 발표한 온라인 음원이 인디 셔플을 통해 소개되며 인기를 끌자 국내외 기획사가 접촉해 왔다.
두 사람은 이미 국내와 해외에서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해 왔다. 마일로는 밴드 세션 활동을 했고 스무 살 때 영화‘백만장자의 첫사랑’음악에 참여한 이래로 영화음악 작업에 관여했다. ‘한공주’에서는 주연 천우희에게 직접 기타를 가르치기도 했다. 지는 캐나다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바나나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으로 DJ 활동을 했다.
지는 “북미에서는 아마추어 음악가가 유튜브 등에 음원을 공개하고 이를 음악 전문 블로그가 소개하면서 인기를 끈 후 메이저로 데뷔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정착돼 있다”며 “한국에는 이런 사례가 없어 오히려 놀랐다”고 회고했다. 마일로는 “팀을 막 결성했던 2012년에는 한국 라이브음악 판이 지금보다 더 침체돼 있었고, 아이돌 팀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며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이 한국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주목 받기 어렵다고 생각해 음원을 해외 사이트에 더 적극적으로 홍보했다”고 말했다. 해외로 나간 것은 전략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프롬 디 에어포트의 음악은 ‘일렉트로닉 록’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일렉트로닉 록이 전에 없던 음악은 아니지만, 곡을 들으면 이 표현은 새로운 의미를 띤다. DJ인 지와 기타를 치는 마일로는 신시사이저와 기타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기타에 조력자 역할을 맡기는 다른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생각하며 프롬 디 에어포트의 음악을 들으면 기타가 훨씬 더 공격적으로 들린다. 신선하지만 이질감도 느껴진다. 마일로는 “우리가 제안하는 음악과 대중의 취향 사이 접점을 찾아 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집의 주제는 ‘판타지’다. 프롬 디 에어포트라는 밴드 이름에 걸맞게 곡을 듣는 이들이 환상의 세계 속을 날아서 여행할 수 있도록 음반을 만들었다. 첫 번째 트랙 ‘디 에어포트’에서 이륙하며 시작한 비행은 마지막 트랙인‘언더워터’의 끝 부분에 이어지는 휴식으로 마무리된다.
환상의 세계에서 겪는 경험은 다양하다. ‘골든’에서 이상향을 향한 두근거리는 발걸음을 이어가는가 하면 ‘더 퀸’에서는 영화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얼음여왕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내면의 어두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마일로는 “음악을 들으면서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면서도 자신의 삶에 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정한 결론을 내기보다는 길을 열어주고 팬들과 함께 걷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삶의 방향은 각자 다르니까요.”
어떤 밴드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마일로는 아일랜드의 록밴드 유투(U2)를 언급했다.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습니다. 음악은 영혼의 의사니까요.” 프롬 디 에어포트는 앞으로도 3월 초 단독 공연을 포함한 여러 무대를 통해 한국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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