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서 김택진 대표 재선임 상정… 지분 확보 싸고 치열한 다툼 벌일 듯
넥슨, 인수합병 통해 성장해 와… 김 대표, 경영권 잃을 가능성도
넥슨의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 선언으로 오랜 동지에서 적이 된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간의 대결은 3월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28일 3월 주총에서 3년 임기가 끝나는 김택진 대표에 재선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15%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인 넥슨은 전날 경영 참여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만큼 김택진 대표를 교체하거나, 경영권의 상당부분을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공식적으로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넥슨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를 개발한 위젯스튜디오의 지분 100%를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과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 등을 인수한 바 있다.
반면 김택진 대표는 주총 표 대결에서 승리해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을 수호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혀 지분 확보 경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선 자신의 지분 약 10%에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약 9%를 우호세력에게 넘겨 의결권을 확보하면 지분 대결에서 15%를 보유한 넥슨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그 다음 4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6.9%를 보유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은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오직 주주가치 제고에 있기 때문에 내부 지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결국 59%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주식을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는 돈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택진 대표의 현금 동원능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2012년 넥슨에 판 지분대금 8,000억원 중 5,000억원을 외환 거래에 투자해 2013년 1,5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을 정도다.
이런 사정을 잘아는 주식시장에서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날보다 14.8%(2만8,000원) 급등한 21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향후 벌어질 지분 확보경쟁에서 주가가 크게 오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2010년 넥슨코리아에 인수된 넥슨지티도 코스닥시장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넥슨이 지분경쟁에서 엔씨소프트를 이기기 위해서는 10~20%의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대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여야 한다는 것이 증권가의 추산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각에서는 넥슨이 보유한 엔씨지분 15%를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경영 참여’라는 도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넥슨 관계자도 이날 “공시를 통해 경영참여를 선언한 만큼 회사측 반응을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김택진 대표가 끝까지 거부한다면 지분을 모두 팔고 나갈 수 있다”고 밝혀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엔씨소프트 측도 “넥슨의 김 대표가 주식을 팔 의향이 있다면 매입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매입 당시 평균 단가가 25만원선이었는데, 현재 20만원 선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런 시나리오에 힘을 싣고 있다.
한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갈등이 윤송이 사장 승진 문제 때문에 벌어졌다는 얘기에 대해서는 양사 모두 부인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넥슨이 지분 목적 변경 공시를 하겠다고 통보한 건 22일이고, 윤 사장 선임은 그 다음날 최종 확정됐다”며 “승진 발표 때문에 공시 변경을 했다는 것은 억측이자 물타기”라고 일축했다.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두 회사의 경영권 다툼을 바라보는 업계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e스포츠회장인 전병헌 의원은 28일 “게임 1세대인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는 협업을 통해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진 2012년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의 사태를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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