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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형 늪 축구

입력
2015.01.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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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장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재미보다 승리를 추구한다.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구사해 ‘안티 풋볼’의 선봉장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첼시 경기는 재미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그는 “프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승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감독은 지도자 자격이 없다”며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가 거둔 성적은 독보적이다. 이탈리아, 잉글랜드, 포르투갈 유럽 3대 리그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축구 감독의 염원인 ‘트레블(정규리그,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3관왕)’도 달성했다.

▦ 무리뉴는 2004년 처음 첼시 감독을 맡을 때 무리뉴 식 승리방정식을 세웠다. 수비를 두껍게 세워 실점을 최소화하고 공격은 한 골이면 충분했다. 첼시의 수 많은 승리는 1-0이었다. 심지어 10명의 선수를 모두 수비에 가담하는 ‘텐 백 축구’를 구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수비축구는 강팀과 만났을 때만 적용한다. 올 시즌 리그 1위인 첼시는 51득점을 폭발시키며 팀 득점에서도 수위에 올라있다. 실리를 극대화하면서 승리를 추구하는 게 진정한 무리뉴의 축구 스타일이다.

▦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수비수’로 활약한 슈틸리케 감독도 누구보다 수비를 강조한다. 슈틸리케의 수비 철학은 페널티 박스에서 시작한다. 상대 공격수와의 간격을 최대한 좁히라고 주문한다. 찰거머리 같은 대인방어로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간격을 조밀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상대가 침투를 시도하면 여러 명이 둘러싸며 범실을 유도한다. 세 번째는 중앙지역을 사수하라는 것이다. 중원이 돌파되면 측면을 버린 채 일제히 들어와 밀집 방어망을 펼치도록 한다.

▦ 축구 팬들은 아시안컵에서 상대팀이 늪에 빠진 듯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고 ‘늪 축구’라는 별명을 붙여줬지만 사실은 슈틸리케가 유럽의 수비축구를 한국 팀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늪 축구가 수비만 강화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거미손’ 김진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슈틸리케는 “공격을 잘하는 팀은 승리를 할 수 있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을 차지한다”는 미국프로농구(NBA)의 격언을 지론으로 삼고 있다. 슈틸리케의 한국형 늪 축구는 진행 중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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